[고대권의 지금 이곳의 문장-①] “왜 호빗이 절대반지를 운반할까?”

왜 호빗이 절대반지를 운반할까?    영화 ‘반지의 제왕’은 크게 두 개의 서사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중간계를 지배하려는 악의 세력 사우론-사루만의 군대에 맞서 중간계를 지키려는 엘프-인간 연합군의 전쟁이다. 이들 연합군은 반목과 분열을 거듭하는 아슬아슬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간다. 또 하나의 서사는 절대반지를 영구히 파괴하기 위해 길을 나서는 프로도와 샘의 여정이다. 두 호빗은 작은 반지를 운반할 뿐이지만, 이 반지야말로 세계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열쇠다. 3부작에 걸친 긴 영화에서, 프로도와 샘은 곤경에 빠지고 간신히 탈출하기를 반복한다. 그들은 인간보다 작고 약하며, 엘프와 같은 초월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마법사와 같은 지혜도 없고, 드워프 같은 용맹함도 없다. 호빗이란 종족은 중간계의 운명을 짊어질 정도의 ‘영웅’이라고 보긴 힘들다. 그러나 영화는, 두 호빗에게 중간계의 운명을 좌우하는 여정을 맡긴다. 왜 호빗일까? ‘반지의 제왕’시리즈는 이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반지의 강력한 유혹에 빠져 자신을 상실하는 다양한 유형의 위대한 존재들을 보여준다. 반지의 유혹은 선과 악의 구분이 없이, 적과 아의 구분이 없이 모두를 장악한다. 반지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을 자극하고, 반지를 통해 그 욕망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제공한다. 위대한 존재들도 이러한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들은 반지로 자극된 욕망에 의해, 반지는 나의 보물이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그러나 그 욕망은 자기 내면의 욕망이 아닌 반지의 욕망이다. 내면의 욕망을 대체해버리는 절대적인 욕망, 그것이 절대반지의 실체다. 그래서 절대반지에게 욕망을 들킨 자는 이 반지를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