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
박두준 아이들과미래재단 상임이사(60)가 ‘기업 사회공헌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복지’ 영역에서의 20년 여정을 마치고, 오는 6월 1일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으로 복귀한다. 그는 2008년에 출범한 공익법인 평가 기관 한국가이드스타의 설립 멤버로 2018년까지 사무총장을 겸직했다.
아이들과미래재단은 2000년 3월 벤처기업가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사회복지법인이다. 한국종합기술금융(현 KTB투자증권)을 주축으로 옥션, 다음커뮤니케이션, 버추얼텍 등 25개 벤처기업이 출연한 56억원의 기금이 씨앗이 됐다.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시작과 달리 벤처붐이 꺼지며 위기가 왔다. 초창기 합류했던 멤버들은 각자 살 길을 찾아 떠났다. 2004년 우여곡절 끝에 그는 ‘아이들과미래’ 사무국장이 됐다. 사람도 없고, 돈도 없었다. 직원 4명에 사업비는 거의 바닥나 있던 상태, 그는 아이들과미래재단의 구원투수였다.
당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며 ‘기업 사회공헌’을 전문영역으로 선택하고,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삼성증권의 청소년 경제 교육 사업을 시작으로, 아동과 청소년을 지원하는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미국의 기업 사회공헌 매뉴얼을 번역해 발간하기도 했다. 그가 ‘아이들과미래’에 입사한지 올해로 20년, 2004년 6억 남짓했던 기부금은 지난해 370억으로 늘었다.
올해 아이들과미래재단의 기부금 약정금액은 약 500억원.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100억 이상 많은 금액이다. 소위 잘나가는 조직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상임이사 퇴임식을 열흘 가량 앞둔 지난 8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한결 홀가분해보였다. 그는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으로의 복귀를 앞두고 “국내 기업 재단을 활성화하는 것이 마지막 과제”라며 포부를 밝혔다.
한국에서는 기업 재단의 역할에 대해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금까지 삼성복지재단이 삼성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사회에 필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아동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사업 방향을 재편하는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이 과정에서 각 기업의 미션과 비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을 기부해도 경영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거나, 현행 5%인 주식 기부 비과세 기준을 미국처럼 20%까지 늘리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0일 발표한 ‘공익법인 활성화를 위한 상속세제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도 기부 활성화를 막는 요인으로 주식 출연 규제를 꼽았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공익법인이 계열사 발행주식총수의 5%를 초과해 기부받으면 초과분에 최고 60%의 상속·증여세를 물린다. 대기업 계열이 아닌 일반 공익법인의 면세 한도는 10%다.
그는 “미국은 기업 기부 활성화를 위한 당근과 채찍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공익법인에 주식 출연이 이뤄지면 의결권 있는 주식을 기준으로 20%까지 상속·증여세를 면제해준다. 단, 재단은 매년 순 투자자산 총액 중 5%를 공익적 목적을 위해 의무적으로 지출(5% payout rule)해야 한다.
“아직도 한국에서 반기업 정서가 나오는 게 참 안타까워요.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이 많은데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거죠. 이제 기업재단도 사회변화에 발맞춰서 어떤 사업을 해야할지, 어떻게 기부금을 쓸지에 대한 고민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사업 성과도 재조명하고 대중에게 알리면서,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재단으로 발돋움해야 합니다.”
김경하 더나은미래 기자 noa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