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카메라에 담으니 버려진 공간이 되살아났어요

두산, 청소년 문화지원사업 ‘시간여행자’
사진 매개로 역사와 지역 돌아보는 교육… 1년간 주제 정해 활동, 전시회도 열어

“이곳은 폐휴지와 폐차가 모이는 길입니다. 상처가 나서 버려진 것들이 여기에서 쓸모 있는 자원으로 바뀝니다. 2008년부터 저는 이곳의 나무와 고철들을 사진에 담아왔습니다. 버려진 물건이 되살아나는 과정을 카메라 렌즈에 담으며 작은 위안을 얻길 바랍니다.”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제공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제공

김중만 사진작가가 서울의 한 뚝방길에 서서 말했다. 그의 말에 귀 기울이던 학생들은 DSLR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깨진 유리창, 버려진 자동차, 빛바랜 연탄들이 렌즈에 담겼다. 낡은 서랍 앞에서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며 사진을 찍거나, 두 팔을 뻗어 하늘을 향해 셔터를 누르는 학생까지, 촬영하는 모습도 다양했다. 고철 트럭 주변을 돌아보던 최수란(16·가명)양은 “금이 간 자동차 유리, 본체와 분리된 채 쌓여 있는 트럭 운전석 등 낯선 장면을 찍어보니 새롭다”면서 “예쁜 풍경만 찍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란 소감을 밝혔다. 토요일인 지난 15일 오전, 김중만 사진작가와 청소년 50명이 함께한 ‘시간여행자’ 리마인드 출사 현장이다.

시간여행자는 중·고등학생들에게 문화예술을 통해 정서 함양 기회를 제공하는 ㈜두산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1년간 사진을 매개로 역사와 지역사회를 돌아보는 인문학 통합 교육이 이뤄진다. 올해로 3년째인 이 프로그램에는 그동안 총 260명의 청소년이 참여했다. 이날은 특별히 2012년부터 참여해온 시간여행자 1~3기 청소년들이 함께 뭉친 날. 2시간 동안 폐품 처리 현장을 돌며 사진을 찍은 청소년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서로 찍은 사진을 돌려 보며, 그동안의 경험과 소감을 함께 나눴다. 학생들의 사진을 하나씩 살펴보던 김중만 작가는 “이 사진은 길, 나무, 하늘을 한 공간에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코너를 어둡게 찍어보라” 등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장래주 예술키움본부 본부장은 “올해 시간여행자 교육 주제는 ‘공간'”이라며 “버려지고 쓸쓸하게 남겨진 폐품들이 이곳에서 깨끗해지고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사진 속에 담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 1년간 시간여행자에 참여한 학생들은 “잊지 못할 경험”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까지 학교생활에 의욕이 없었다”던 김민석(17·가명)군은 “시간여행자를 통해 사진을 찍고 많은 사람을 만나며 활력이 생겼고, 최근엔 학생회 활동까지 시작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건축가가 꿈이라는 조우리(17·가명)양은 “사진 찍는 법을 배운 이후로 틈날 때마다 사소한 물건들을 다른 각도로 찍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출사 현장에 함께한 이나영 ㈜두산 사회공헌팀 과장은 “학생들이 세상을 어떻게 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앞으로도 끊임없이 찾고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시간여행자 3기 학생들의 사진과 에세이는 오는 11월 26일부터 12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정유진 기자

정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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