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현상이 현재 추세대로 이어진다면 2030년 세계 여아 9억3000여 명이 기아와 조혼 위험에 놓일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전 세계 여아의 약 60%에 이르는 수치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오는 11일 세계 여아의 날을 맞아 글로벌 보고서 ‘폭풍의 중심에 선 여아들(Girls at the centre of the storm)’을 통해 10일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보고서는 여아의 생존권, 보호권, 학습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조혼의 실태를 밝히는 한편, 기후위기로 위협받는 여아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 분석에 따르면 매년 여아 900만명이 극단적인 기후 재난과 조혼의 위험에 놓여 있다. 특히 조혼의 3분의 2가 기후위기가 심각한 지역에서 발생했다. 또 현재 기후위기 추세로 2030년까지 9억 3100만명이 홍수나 가뭄, 폭염과 같은 이상 기후를 겪어 기아, 조혼 등 불평등 문제가 심화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기후위기로 조혼 등 불평등 문제를 가장 크게 받는 국가는 ▲방글라데시 ▲부르키나파소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 ▲기니 ▲말라위 ▲말리 ▲모잠비크 ▲니제르 ▲남수단 등 10곳이다. 해당 국가에서 약 2990만명의 여아가 매년 산불, 농작물 재해, 가뭄, 홍수, 폭염 등 극단적인 기후 현상을 겪고 있다. 보고서는 현재 증가 추세대로면 2050년까지 399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기후위기로 조혼율이 가장 높아지는 국가로 방글라데시를 지목했다. 현재 방글라데시 전체 여성 인구 8220만명 중 3800만명(46%)이 18세 이전에 결혼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보고서에서 “기후위기로 방글라데시의 높은 조혼율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조혼은 여아의 생존권, 보호권, 학습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잉거 애싱 세이브더칠드런 인터내셔널 CEO는 “이번 세이브더칠드런의 연구는 기후위기가 아동의 권리, 특히 여아의 권리를 위협하는 정도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며 “불평등한 상황에도 국가 기후 계획에 여아에 대한 지원을 명시한 국가는 2% 미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 정부와 NGO, UN, 민간기업들이 현재의 기후위기를 여아 권리의 비상사태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