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를 창업해 수년간 경영하고 있는 한 분이 질문한다. “초기에는 제가 영업, 마케팅, 기술 혼자 다 했습니다. 이제 각 조직에 저보다 잘하는 분들이 리더로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제가 가르치거나 도울 것이 별로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
나는 답했다. “전문성을 돕는 것만이 리더의 역할은 아니죠. 전문성이 더 높지 않아도 각 책임자의 한계를 스트레치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요. 각 책임자는 해당 조직의 목표와 한계에 갇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가 묻는다. “어떻게 스트레치하게 돕죠?”
나는 답했다. “질문을 하면 되죠. 예를 들어, 새로운 시장을 뚫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현재 수익을 점프업 시키려면 어떻게 할지? 어떤 고객을 타겟으로 하고 어떤 전략으로 접근할지? 무엇이 가능할지? 등 질문을 통해 자극주고, 그들이 자기 생각을 더 확대하도록 돕는 거죠.”
우리는 리더가 뭔가 서브리더나 구성원에게 가르칠 게 있어야 한다는 오해가 있다. 더 높은 전문성과 경험으로 리딩해야 권위가 선다고 착각한다. 물론 초기는 리더가 모든 면에서 최고 지식 수준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이 커지는데도 여전히 리더가 영업전문가에게 더 영업을 잘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든지, 마케팅 전문가에게 마케팅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든지 기술전문가에게 코딩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을 자신의 역할로 여긴다면, 그 조직은 리더의 전문성 수준 안에 머물게 된다.
전설적인 축구 감독 호세 모리뉴는 이렇게 말한다. “코치가 할 일은 선수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호날두에게 프리킥 차는 법을 가르칠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잘 차는 선수를 내가 어떻게 가르치는가! 코치가 하는 일은 선수들이 ‘팀에서 축구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팀이 이기는 게 핵심이다. 팀이 없으면 스타 플레어도 자신의 재능을 표현할 수 없다.”
리더의 핵심 임무는 무엇인가? 아무리 뛰어난 개발자라도 아무리 뛰어난 마케터라도 아무리 뛰어난 디자이너라도 전체를 보지 못한다. 그들은 팀으로 플레이하는 법을 모른다. 어떤 이들은 혼자서 뛰고 어떤 이들은 협력할 줄 모른다.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모른다. 리더는 이들에게 팀으로 일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팀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구성원들이 그 팀의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분명히 하며 최상의 성과를 내도록 코칭하고 의사결정한다.
이를 이루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질문’이다. 리더가 영업전문가에게 영업을 가르칠 수 없어도 그에게 회사 전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영업이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알려줄 수 있다. 영업 목표와 전략을 묻고, 그 한계나 컴포트존을 파악해 그의 한계를 더 넓히고 생각지 못한 부분을 생각하도록 도울 수 있다.
질문만 잘해도 리더 역할의 상당 부분을 감당할 수 있다. 질문을 통해 현 상황과 상대의 생각, 수준, 한계를 파악하고 부서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도전을 한다. 그 한계 짓는 장애물을 파악해서 해결하도록 돕는다. 역할을 넓히거나 전략을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해야지 오히려 어설픈 전문성으로 아는척하며 말도 안 되는 가르침이나 지시하면 신뢰만 잃고 엉뚱한 방향으로 인도할 뿐이다. 리더는 전지전능자나 모든 문제의 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신수정 KT엔터프라이즈 부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