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수)

생태계 보고 ‘습지’가 사라진다… 20년새 내륙습지 176곳 소실

세계 습지의 날(2월2일)을 맞아 환경단체들이 정부 당국의 실효성 있는 습지 보전 대책 요구에 나섰다. 지난 1일 제주시 환경단체 ‘제주자연의벗’은 “내륙습지와 연안습지 보전지역 확대 등 내륙습지와 해안사구에 대한 실질적인 보전방안을 수립하고, 토건 중심의 하천 정비를 중단해 습지보전정책을 실효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같은 날 낙동강하구지키기 전국시민행동은 “낙동강하구는 한국 최고의 자연 습지 중 하나로 미국의 요세미티, 스위스의 마터호른, 호주의 대보초 등과 어깨를 겨누는 세계급 자연유산인데,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파괴될 위기”라고 했다.

환경단체의 우려대로 국내 습지는 매년 사라지고 있다. 지리상으로 따지면 습지는 크게 내륙습지와 연안습지로 나뉜다. 국립생태원의 내륙습지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내륙습지 2704곳 중 176곳(약 6.5%)이 사라졌다. 해안가에 위치한 갯벌·염습지 등 연안습지는 면적이 줄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연안습지면적 현황’에 따르면 2013년 2487.2㎢였던 연안습지 면적이 2018년 2482.0㎢으로 감소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평택항, 여수 율촌산업단지 등이 들어서면서 습지를 매립했기 때문이다. 5년만에 사라진 습지 규모는 5.2㎢이다. 이는 여의도 면적(2.9㎢)의 1.8배 수준이다.

2022년 국내 내륙습지 분포 지도. /국립생태원 에코뱅크
2022년 국내 내륙습지 분포 지도. /국립생태원 에코뱅크

연안습지로 구분되는 갯벌은 연간 최소 17조8121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는 한국 갯벌의 연간 가치를 1㎢당 39억1900만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산물생산가치, 보존가치, 서식지제공가치, 수질정화가치, 여가가치, 재해예방가치 등이 포함된다.

또 지구의 콩팥이라 불릴 정도로 오염원을 정화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연안습지 중 하나인 갯벌 1㎢에 포함된 미생물의 분해능력은 하루 생화학적 산소요구량 기준 2.17t이다. 이는 도시 하수 처리장 한 곳의 유기물 처리 능력과 맞먹는다.

습지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이동성 물새의 서식지이자 생물다양성이 매우 풍부한 지역이다. 습지보호지역별 조류현황을 보면 한강하구(187종), 낙동강하구(151종), 우포늪(213종) 등이다. 이외에도 수달, 황새 등 멸종위기종 116종을 비롯해 6786종의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다.

전남 순천만 습지 일대의 갯벌에서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와 청둥오리 여러 마리가 물가를 거닐고 있다. /조선DB
전남 순천만 습지 일대의 갯벌에서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와 청둥오리 여러 마리가 물가를 거닐고 있다. /조선DB

습지가 자연 상태에서 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 훼손된다. 경기 양평군에 위치한 문호천 하천습지의 경우 자연 상태로 보전돼 있었지만, 2016년 하천정비 사업 이후 식생이 자라지 않는 나대지(裸垈地)가 됐다. 국립습지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훼손이 확인된 습지 중 자연적 요인에 의해 초지나 산림으로 변하는 경우는 17곳에 불과했다.

환경부는 습지보호지역을 지속적으로 발굴·지정해 생물다양성을 확보하고 난개발 등을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또 중장기적으로 습지훼손을 근본적으로 사전예방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 시행중인 습지총량제를 벤치마킹해 습지에서 난개발을 제한하는 자연자원총량제 도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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