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유석쟁 전무
“예전 장례식장은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였죠. 그런데 모 병원에서 장례식장을 밝고 경건한 분위기로 만든 이후 모든 장례식장이 밝고 경건한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복지 사각을 지원하는 우리의 활동도 그렇게 확산되길 바랍니다.”
올해 초 부임한 유석쟁(사진·59)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전무의 말이다. 유 전무는 교보생명 계열사인 교보보험심사㈜ 대표이사를 지내는 등 27년간 보험업계에서 활동했고, 작년까지는 한양대 문화예술 CEO과정 주임교수를 지냈다.
―생보재단의 지원 사업이 갖는 강점과 약점이 있다면.
“순수 공익재단이기 때문에 홍보·마케팅에 대한 고려 없이 복지 사각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자금이 안정적이라 영속적인 지원이 가능하다(생보업계는 2026년까지 총 1조5000억원 출연할 예정이다). 어린이집을 건립한 후 위탁운영까지 하는 게 좋은 예다. 반면 의사결정이 더딘 것은 약점이다. 개별 기업이 CEO의 판단으로 결정이 내려지는 반면, 우린 이사회의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상대적으로 긴급한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복지 사각 지원을 위해 적절한 대상과 현장을 찾는 게 중요하다.
“희귀·난치 질환자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곳은 병원이고, 치매나 보육 관련해선 지자체가 가장 잘 안다. 우리는 66개 병원과 협약을 맺고, 각 지자체와 활발히 연계한다. 얼마 전에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농약보관함 사업’ 협약을 맺었는데, 강원도는 자살률이 굉장히 높은 지역이다. YWCA나 생명의전화, 미술·연극치료협회 등 전문기관도 주요 파트너다. 이런 파트너십에 근거해 현장 수요에 대응한다.”
―재단의 지원 활동만으론 근본적인 변화가 쉽지 않다. 무엇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나.
“우리가 경증 치매를 보살피면서, 국가에서도 이들을 지원할 필요를 느꼈다. 좋은 어린이집을 만들면, 그 지역의 다른 어린이집도 덩달아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그런 긍정적인 확산이 필요하다. 생명보험업계가 연합한 것처럼 타 업계도 나설 수 있다. 참여를 돋우고, 문화를 확산하는 차원에서 우리는 더 많은 활동을 하려고 한다.”
―향후 어떤 방향으로 재단을 이끌 예정인가.
“생명보험의 기본정신과 재단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최근 사회복지사들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데, 난 우리 직원들이 좋은 일을 하는 만큼 그들의 직무 만족도도 높아져야 한다고 본다. 부임하자마자 한 달에 한 번씩 ‘문화예술 데이’를 만들고, 봄·가을에 소풍을 가자고 한 것도 그래서다. 직원들이 신바람 나는 직장에서 일해야, 그들이 돕는 사람들도 신바람 나게 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