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6일(목)
[굿네이버스×더나은미래 공동기획 ‘새로운 나눔이 온다’] (4)진짜 ESG를 찾아서

기업-NGO 손잡고 ‘진짜ESG’ 추구
‘사회적가치 지향’은 막연
기업에 맞는 가치 구체화해야

[새로운 나눔이 온다] ④진짜 ESG를 찾아서 <끝>

1997년 미국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모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에 참여한 기업인들은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이 ‘주주의 이익 추구’라고 합의했다. 2019년 열린 BRT에서는 전혀 다른 결론이 났다. 기업은 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 즉 고객·임직원·정부·시민단체·지역사회를 위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지구 환경과 사회가 건강하지 않으면 기업의 비즈니스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이 달라졌다. ESG 경영, 지속가능 경영을 내세우며 밸류체인 전반에서의 대전환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속가능성에 관한 철학과 전문성을 가진 NGO와의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사회적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해온 NGO와 손잡고 단순히 ESG 평가 등급을 올리기 위한 ESG 경영이 아닌,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진짜 ESG’ 실현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기업의 기술과 NGO의 네트워크가 만나다

비영리단체는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속가능한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왔다. 아프리카 식수 위생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물 부족 국가의 마을에 깨끗한 식수를 위한 우물을 파는 국제개발 사업이 우후죽순 진행됐다. 문제는 NGO가 떠나면 우물이 고장 나 방치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NGO들은 사업이 끝나고 식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굿네이버스는 우물 대신 정수장 시설을 구축했다. 계획 단계부터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식수 운영위원회’를 꾸리고 시설을 자체적으로 운영,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정수장에서 만든 식수를 마을에서 판매하고, 수익금을 정수장 운영비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황성주 굿네이버스 나눔마케팅본부장은 “비영리는 지금까지 큰 틀에서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원칙에 맞게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과 비영리단체가 협력하면 더 효율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정현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적 가치를 제1의 목적으로 뒀던 기업은 상대적으로 사회적가치 실현을 위한 역량이 취약하지만, 비영리단체 같은 박애주의적인 기관은 오랜 기간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쌓아온 전문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사회적가치를 지향하겠다는 것은 너무 막연하다”면서 “어떤 사회적가치를 추구할 것인지 기업 비즈니스 모델 등을 고려해 구체화하고, 그에 맞는 NGO를 찾아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굿네이버스와 손잡고 지난해 8월부터 캄보디아 프놈펜·바탐방·반띠민제이 지역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직업 훈련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LG전자는 전자, 전기, ICT 기술에 대한 자문을 제공해 아이들이 기술을 배워 자립할 수 있도록 한다. 굿네이버스는 커리큘럼을 만들고, 현지 강사를 교육하는 등 전반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교육 장소와 기자재를 마련하는 것도 현지에 사업장을 둔 NGO의 일이다. 기업은 업종에 특화된 전문 지식과 기술을, NGO는 국내외에서 쌓아온 네트워크와 인프라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송정민 LG전자 사회공헌팀장은 “자금만 지원하는 일회성 사회 공헌이 아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NGO와 협력하는 것이 도움 된다”고 말했다.

NGO의 경험, 기업 ESG 경영에 ‘긍정적 영향’

신한금융그룹과 굿네이버스는 국내에서 아동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우리나라에 아동 보호 체계가 마련되기 전인 1996년 민간단체 최초로 아동학대상담센터를 운영하며 아동 보호에 특화된 사업을 펼쳐왔다. 신한금융그룹은 2020년 아동 학대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높아지자, 이듬해 굿네이버스와 손잡고 진행하는 ‘위기가정 재기지원 사업’을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맞춤형 지원으로 확대했다. 현재 전국 아동 보호 전문 기관 69곳, 학대 아동 보호 쉼터 76개소 아동을 대상으로 의료 서비스와 생필품 지원, 원가정 보호를 지원한다. 학대 후유증을 감소시키기 위한 심리 치료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NGO가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업에 협력을 제안하기도 한다. 굿네이버스 ‘그린스쿨’은 개발도상국의 저개발 지역에 자원 재순환 시스템을 만들고, 지역 아동과 교사를 대상으로 환경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학교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판매해 수익을 얻고, 이 금액으로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한다. 사업의 일환으로 학교를 세우는 등 지역사회 인프라 확충도 지원한다.

그린스쿨은 해외 기업이나 단체의 활동이 쉽지 않은 베트남 선즈엉현 지역에서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2011년부터 베트남 8개 지역에서 꾸준히 교육 사업을 실시하면서 베트남 정부와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 송혜리 굿네이버스 교육개발팀장은 “NGO가 지역사회 파트너십을 토대로 사업의 기반을 닦고, 기업이 가진 기술 등 핵심 역량을 더하면 더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며 “함께 사업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기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밸류체인이나 조직 문화에도 지속가능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국 싱크탱크 서스테이너빌리티가 지난 3~5월 전 세계 지속가능성 전문가 7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잘한다고 판단하는 기준 1순위는 ‘비즈니스에 지속가능성을 녹여내는 것’(25%)이었다. 이정현 교수는 “기업의 오래된 DNA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면서 “NGO 출신 경력직을 채용하고 시민사회와 협업 기회를 늘리는 등 새로운 사람들과의 접촉을 늘려가면서 기업 운영의 모든 부분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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