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세이브더칠드런 “탈레반 치하 1년, 여아 2명 중 1명은 학교 못 가”

오는 15일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이후 국제사회는 반인권적인 이들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아프간에 경제적 제재를 가했다. 수십억 규모의 국제 원조도 철회했다. 아프간의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30년 만의 가뭄이 덮쳐 빈곤 가정이 증가했다. 탈레반의 폭력 통치까지 이어지면서 아프간 아동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프간의 1년을 담은 보고서 ‘한계점: 탈레반 장악 1년 후 아동의 삶(Breaking point: Life for children one year since the Taliban takeover)’을 10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발크·파리아브·사르이풀 등에 거주하는 9~17세 아동 1690명과 부모·보호자 14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간 아동의 80%가 지난 30일간 배고픈 상태로 잠들었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아가 남아보다 더 취약한 환경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아 10명 중 9명은 “지난 1년간 식사량이 줄었다”며 “살이 빠지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한 것에 대해 걱정이 된다”고 답했다.

여아의 교육권도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월 탈레반은 정권 장악 후 여아의 중등 교육을 금지했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고 응답한 여아는 46%로 남아(20%)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이들은 ▲여학생의 중등교육 출석 금지 ▲지역 사회의 (여아 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경제적 어려움 등을 주요 장벽으로 꼽았다.

탈레반이 여학생의 중등 교육을 금지한 이후로 아프간 소녀 주할(16)은 집에서 바느질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탈레반이 여학생의 중등교육을 금지한 이후로 아프간 소녀 주할(16)은 집에서 바느질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아프간 소녀 주할(16)은 탈레반이 여아의 중등교육을 금지하면서 학교에 갈 수 없게 됐다. 주할의 여동생 사프나(14)는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복장 규정 때문에 까만 천으로 몸을 전부 가려야 한다. 주할은 “탈레반 집권 이전에는 한 반에 30~40명의 학생이 있었지만, 이제는 2~3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프간 북부에 거주하는 파리샤드(15)는 “책과 문구류는 물론이고 끼니를 챙길 여유조차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한다”며 “다른 여자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걸 볼 때 나도 학교에 다시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파리샤드 가족의 가정 형편은 지난 1년 새 급격히 악화했다. 현재는 집세를 내지 못해 매달 이사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파리샤드 가족에게 4차례의 긴급 현금을 지원해 필요에 맞는 필수품을 살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탈레반 집권 후 1년간 아동 145만1402명을 포함해 총 255만2763명을 지원했다. 카불·칸다하르·자우잔 등 9개 지역에서는 생계 지원 서비스를 제공했고, 쿤두즈·타하르 등 6개 지역에서는 현지파트너와 협력해 취약계층을 도왔다.

구체적으로 세이브더칠드런은 ▲보건(아동 진료팀 운영, 필수 예방접종 지원) ▲교육(영유아 발달 교실 운영, 여학생 대상 교사 자격 트레이닝 지원) ▲아동보호(아동친화공간 107곳 운영) ▲식량안보와 생계지원(다목적 현금 지원) ▲주거지(임지 주거지 지원) ▲위생(위생용품 배분) ▲비식량물자와 식수(가정별 생필품 배분, 식수 트럭 운영) 등의 인도적 지원 활동을 펼쳤다.

크리스 니아만디 세이브더칠드런 아프가니스탄 사무소장은 “아프간 아동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벽돌 공장에서 일하고 쓰레기를 주우러 다닌다”며 “특히 여아들이 고립에서 오는 정서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여아 26%, 남아 16%가 우울증 징후를, 여아 27%, 남아 18%는 불안 증세를 보였다.

니아만디 사무총장은 이어 “현 상황의 해결책은 세계 정치를 이끄는 리더들의 손에 달렸다”며 “즉각적인 인도적 지원 기금을 조성하고 은행 시스템을 되살려 소용돌이치는 경제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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