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8일(수)
용산 소재 기업들이 뭉쳤다 “지역 문제 우리가 도와드립니다”

사회공헌 네트워크 ‘용산 드래곤즈’

지난 2018년 6월 서울 용산구 소재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이 ‘용산 드래곤즈’란 이름으로 뭉쳤다. 사교 모임도, 비즈니스를 위한 모임도 아니다. 용산 지역을 중심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민·관·학 연합 봉사단이다. 회원사들이 십시일반 예산과 인력을 모아 5년째 지역에 필요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주도로 결성된 용산 드래곤즈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용산지사, 삼일회계법인, 삼일미래재단,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 오리온재단, 코레일네트웍스, CJ CGV, LG유플러스, HDC신라면세점,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함께하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와 용산구자원봉사센터 용산경찰서도 멤버다.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모인 ‘용산 드래곤즈’ 구성원들이 하늘색(국민건강보험공단 용산지사), 파란색(코레일네트웍스), 베이지색(오리온재단), 빨간색(LG유플러스), 노란색(삼일회계법인·삼일미래재단), 회색(아모레퍼시픽·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 등 색깔별 활동 조끼를 입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주민욱 C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모인 ‘용산 드래곤즈’ 구성원들이 하늘색(국민건강보험공단 용산지사), 파란색(코레일네트웍스), 베이지색(오리온재단), 빨간색(LG유플러스), 노란색(삼일회계법인·삼일미래재단), 회색(아모레퍼시픽·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 등 색깔별 활동 조끼를 입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주민욱 C영상미디어 기자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들이 협력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 부산과 판교 지역 기업들이 사회공헌 협력 모델을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용산 드래곤즈 모임은 5년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멤버들은 연합 봉사단의 롱런(Long-run) 비결로 ‘자율’과 ‘재미’ 두 가지를 꼽는다.

1순위 활동은 지역 돌봄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총 13개 기업·기관 담당자 17명이 모여 2022년 용산 드래곤즈 활동 계획을 논의했다. 올해는 용산구 쪽방촌에 생활 물품과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하는 봉사 활동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용산구 동자동은 전국 최대 규모의 쪽방촌 밀집 지역으로, 이곳에만 800여 명이 머물고 있다. 김부곤 오리온재단 수석부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지만, 특히 용산구는 쪽방촌 문제가 심각해 올해 활동 우선순위에 두었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라는 공통분모로 시작된 용산 드래곤즈의 활동은 지역 문제 해결에 집중된다. 기업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재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기업 시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2018년 6월 5일 진행한 첫 활동도 ‘게릴라 가드닝’이었다.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진행한 이날 행사에서는 팝콘 용기, 화장품 공병 등 각 기업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화분으로 재활용하고 용산구 곳곳에 미니 정원을 마련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추석을 맞아 ‘미스터리 나눔 버스’ 활동으로 지역 독거노인에게 송편과 반찬을 전달하고 냉장고 정리를 돕기도 했다. 용산구는 서울시 25개 행정구 가운데 독거노인 비율이 2018년부터 매년 상위 10위권 안에 머무르는 지역이다. 미스터리 나눔 버스는 명절을 홀로 보내는 많은 독거 노인에게 온정을 전하고자 기획한 활동이었다.

지난 2018년 9월 19일 ‘미스터리 나눔 버스’에 참가한 용산 드래곤즈 자원봉사자가 직접 만든 반찬을 용산구 어르신에게 전달하고 있다. /용산 드래곤즈 제공
지난 2018년 9월 19일 ‘미스터리 나눔 버스’에 참가한 용산 드래곤즈 자원봉사자가 직접 만든 반찬을 용산구 어르신에게 전달하고 있다. /용산 드래곤즈 제공

개별 기업마다 이뤄지는 후원을 하나로 모았을 때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다. 단일 기업에선 하기 어려운 다양하고 풍성한 지원도 할 수 있다. ‘미리 크리스마스 산타 원정대’는 각 기업과 기관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직접 선물 꾸러미를 만들고 용산구 지역의 아동 복지 시설에 전달하는 활동이다. 선물 꾸러미는 회원사들의 후원품을 모아 만들어진다. 오리온 제과 과자 박스에 다양한 간식을 담고 아모레퍼시픽에서 준비한 칫솔·치약 세트, HDC신라면세점에선 인형 등을 더하는 식이다. CJ CGV는 아이들이 단체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태우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 사무국장은 “기업별 특징에 맞게 한두 종류만 후원하더라도 모이면 10개가 넘는 물품이 담긴 풍성한 선물 꾸러미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산타 원정대는 2018년 첫 활동 당시 아이들에게 전한 ‘또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려 연례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선물 꾸러미를 받은 아동도 2018년 126명에서 2019년 127명, 2020년 220명, 2021년 252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5일 ‘미리 크리스마스 산타 원정대’ 활동에 참가한 용산 드래곤즈 자원봉사자들이 지역 아동 복지 센터에 전달할 선물 꾸러미를 포장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용산 드래곤즈 제공
지난 2018년 12월 5일 ‘미리 크리스마스 산타 원정대’ 활동에 참가한 용산 드래곤즈 자원봉사자들이 지역 아동 복지 센터에 전달할 선물 꾸러미를 포장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용산 드래곤즈 제공

롱런 비결은 수평적인 자율 네트워크

용산 드래곤즈에서 가장 중시하는 건 ‘자율성’이다. 회비도, 의무 참여 조건도 없다. 자원 봉사활동에 필요한 비용과 물품도 각 기업의 여건이 되는 대로 부담한다. 인력만 지원해도 문제 되지 않는다. 용산 드래곤즈 활동이 별도 업무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식적인 회의는 분기별 한 번씩만 진행한다. 추가적인 아이디어 회의가 필요할 땐 점심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김태우 사무국장은 “기업 간 거리가 가깝다 보니 편안하게 동네 주민처럼 만나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했다.

봉사 활동에 재미를 더하기 위한 고민도 많았다. 봉사자들의 참여가 없으면 용산 드래곤즈 활동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진행한 ‘플라스틱&쓰레기 올림픽’ 활동에는 오락적 요소를 가미했다. 이태원 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봉사 활동을 할 때 수거량과 활동 거리에 따라 금·은·동메달 수상자를 선정했다. 수거해온 플라스틱 컵을 활용해 제기차기 등 미니 올림픽을 개최하기도 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수평적인 환경도 참여율을 높이는 요소다. 용산 드래곤즈는 봉사 활동에 나설 때 최대한 소속이 다른 사람들끼리 맺어지도록 한다. 명함도 서로 주고받지 않는다. 직급에 따른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고운 삼일회계법인 마케팅커뮤니케이션 과장은 “봉사자를 선착순으로 모집하는데 재밌다는 소문이 나면서 매번 모집 인원보다 2~3배 이상 많은 신청이 들어온다”고 했다.

기업 내부에서의 반응도 달라지고 있다. 초기에는 회사명 대신 용산 드래곤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참여자들의 진정성과 사회공헌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연간 예산에 ‘용산 드래곤즈’ 활동 항목을 따로 마련한 회사도 생겼다. 김태우 사무국장은 “기사에서 기업이 언급되는 양이 단독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했을 때보다 10배가량 많다”며 “홍보 측면에서도 협력의 성과가 나고 있다”고 했다.

용산 드래곤즈는 협력 모델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지난해 5월 광화문 지역 기업과 정부 기관, 비영리단체 등이 함께 만든 ESG 협업 프로젝트팀 ‘광화문 원팀’은 용산 드래곤즈와 경험을 공유하고 향후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강남구와 송파구 소재 기업에서 자문하기도 했다. 김태우 사무국장은 기업들의 협력 모델이 안착하려면 팀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기업이 중심을 잡아줄 순 있지만 모든 활동이 일방통행 방식으로 이뤄지면 지속하기 어려워요. 특정 기업이 부각되는 것도 경계해야 하죠. 회원사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이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자연스럽게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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