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1일(토)
[모두의 칼럼] 우리는 임팩트재단이다
정명은 사회적가치연구원 연구팀장

한국 사회에서는 NGO를 흔히 ‘비영리조직’ ‘비영리재단’ 등으로 부른다. 어떤 조직의 정체성을 규정하는데 ‘비(非)’라는 부정형용사로 불리는 것이 조금은 서글프다. 누군가의 특성을 말하는데 ‘무엇이 아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보편적이진 않다. 그런데 비영리조직에는 이를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공공조직이나 영리조직으로 불리는 곳은 공공성 혹은 영리를 추구한다는 목표가 분명히 드러난다. 비영리조직은 영리가 아닌, 그렇다고 완전히 공공의 이익도 아닌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비영리를 ‘영리가 아닌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 호칭은 마치 영리조직에 비하면 비주류인 것처럼 느껴지게도 한다.

비영리조직이 추구하는 목표는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한 교육 사업을 하기도 하고, 기업이나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연구·전시·사업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임팩트’라고 할 수 있다. 비영리조직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비영리의 존재 이유를 잘 나타내는 명칭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 조직들은 스스로를 ‘임팩트재단(Impact Foundation)’이라 칭하기로 했다.

지난 9월 임팩트재단 다섯 곳이 공동으로 ‘임팩트 측정의 학습과 연습’이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출간했다. 보통의 측정보고서는 방법론과 결과값, 특히 숫자를 중심으로 채워진다. 그런데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는 다소 구구절절하다. 참여한 조직의 공동 입장, 임팩트 측정을 하게 된 각자의 배경, 측정방법론을 선택하는 과정에서의 고민 등이 담겼다. 일부러 정제하지 않고 그대로 담은 것처럼 보일 정도다. 측정에 사용된 임팩트 프레임과 방법론도 단체마다 모두 다르다. 측정 결과 역시 숫자, 서술, 도식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됐다. 측정이라는 단어 자체가 정량적 결과값을 기대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 보고서를 접한 독자라면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보고서 출간에 참여한 조직들은 작년 10월 ‘임팩트재단 학습공동체(Impact Foundation Learning Community)’라는 느슨하고도 유연한 모임을 꾸렸다. 아직은 들고 나감의 제약이 없다. 실제 성과 측정은 다섯 곳에서 진행됐지만, 참관·토론 수준으로 참여한 곳도 있다. 이들 모임에서 보고서 발간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우리는 임팩트재단이다’라는 선언이다.

그간 임팩트재단이라는 이름을 쓰기에 부끄러운 면도 있었다. 예를 들면, 우리는 그동안 ‘몇 명의 장학생에게 얼마의 장학금을 주었는가?’ ‘프로젝트에 몇 명이 참여하였는가?’와 같이 투입 혹은 산출 위주로 자랑하고 데이터를 쌓고 비영리사업을 운영해 왔다. 실제 사업의 대상이 되는 ‘개인, 집단, 사회가 얼마나 변화하였는가?’로 재단의 성과를 측정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물론 선도적인 재단들은 이미 사회적 회계 보고서, 연차 보고서 등을 통해 임팩트 측정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비영리재단은 이 과정을 외부 전문가에게 용역을 맡겨서 진행한다. 객관성과 전문성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측정 결과를 실무자가 의사 결정에 활용하기 어렵거나 조직 변화를 조직 내부로부터 촉발시키기 어렵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예를 들면, 만족도 설문 항목 하나가 진짜 실무진이 추구한 사업의 목표를 반영하는 항목인지, 설문 점수 1점을 높이기 위해 어떤 실무적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기는 어렵다.

임팩트재단들은 사업 수혜자들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고 사업 담당 실무자가 의사 결정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임팩트 측정방법론을 구상하게 됐다. 측정에 투입되는 재단 실무자의 행정적 부담도 줄여야 하고, 내부 의사 결정 단계나 기부자들과 소통하기에도 쉬운 방법론이어야 했다. 측정 과정이 힘들고 부담스러우면 지속하기도 어렵고 몇 년에 한 번 큰맘 먹고 하는 이벤트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대내외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용도로 쓰일 수 있도록 쉬워야 한다. 그래야 기부자를 설득할 수 있다.

먼저 표준화된 방법론을 찾기보다 각 조직에 가장 적합한 방법론을 선택해 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그 결과 각 임팩트재단의 실무자들이 임팩트 프레임, 측정 지표를 직접 선정, 조사하고 그 결과값을 도출하고 해석했다. 외부 컨설팅에 대한 의존도는 최소화하고, 뜻을 함께하는 임팩트재단 간 측정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고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이 과정이 일종의 학습이다. 각자의 고민과 과정들을 알고 나니 측정 결과에 대해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게 됐다.

더 나아가 측정 경험을 확산하는 것도 임팩트라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아직은 어설프고 표준화되지 않은 임팩트 측정법들이지만, 그 과정에서의 경험과 결과를 다른 조직들에 공유하면 측정을 망설이는 조직들이 측정을 결정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들이 참여하게 되면 더 많은 사례가 쌓이고 더 나은 방법론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것이 임팩트재단 스스로 학습 조직(Learning Organization)이 되며 학습 공동체(Learning Community)를 지향하는 이유다.

정명은 사회적가치연구원 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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