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주주 이익과 공익성… 두 마리 토끼 잡는 ‘농업 투자’”

[인터뷰] 정성봉 농업정책보험금융원 투자운용본부장

“우리나라 농업을 구조적으로 혁신하려면 용어부터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흔히 농부, 농민으로 부르는 말은 산업의 관점으로 ‘농업인’으로 바꿔 불러야 해요. 마찬가지로 농사도 ‘농업경영’으로 고쳐 써야 합니다. 투자가 산업을 바꾸는 시대 아닙니까? 최근 투자가 몰리는 농업은 미래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정성봉(57) 농업정책보험금융원 투자운용본부장은 “이제 농업에 투자하는 시대”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은 농림수산식품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2010년 농림수산식품투자모태펀드 출범 이후 매년 1000억원 규모를 신규 출자해왔다. 지금까지 펀드 결성 규모는 1조3448억원에 이른다.

정성봉 농업정책보험금융원 투자운용본부장은 국내 농식품 분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유망 농업 기업과 투자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산업 전체를 키우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지역균형펀드 확대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면서 “특히 올 하반기에는 액셀러레이터와 협업해 ‘보육형 펀드’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종연 C영상미디어 기자

모태펀드는 지난 10여 년간 보조금·융자 지원으로 해결하지 못한 농업 구조 개선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농업은 시장 실패라는 큰 그늘에 있습니다. 그래서 금융 지원도 보조금이나 융자 위주로 이뤄져 왔죠. 보조금은 목적 외 사용 단속에 목맵니다. 또 융자는 담보가 있어야 하죠. 아무리 사업성이 좋아도 미래 가치만 보고 들어갈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일부 융자금을 받아도 농업경영체를 스케일업할 규모는 못 됩니다. 사업성 평가로만 금융 지원을 하는 투자야말로 농업을 기회의 산업으로 전환하는 열쇠입니다.”

지금까지 펀드를 통해 발굴된 유망 기업은 458곳이다. 그 핵심은 디지털에 있다. 정 본부장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농업은 과학화, 규모화, 체계화를 이뤄내면서 기상재해로 인한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안정시키고 있다”면서 “현재 청산펀드 9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은 230%에 이른다”고 했다. 지난 2018년 11월에 청산된 ‘AJU-Agrigento 1호 투자조합’은 최초 결성 규모 200억원에 청산 수익은 459억원을 기록했다. 유망 농업 스타트업 투자로 2.3배의 회수 성과를 거둔 셈이다.

“디지털 농업은 주로 스마트팜 형태를 띱니다. 이를테면 사물인터넷(IoT) 기반으로 소의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관찰하거나, 빅데이터로 작물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토양 분석, 기상 예측, 생육 환경 등을 하는 식입니다. 현대 소비 패턴에 맞춰 다품종 소량생산도 가능하고, 이걸 전자상거래 시장으로 유통하는 구조도 가능하죠. 생산부터 유통, 소비까지 디지털로 연결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최근 2~3년 새 투자 성과가 나면서 펀드운용사들도 유망 기업 찾기에 나서고 있다. 정성봉 본부장은 “과거 농수산대학이나 후계농업인 양성사업을 통해 청년 농업인을 키웠는데, 최근에는 비농업 전문인력들의 자발적 유입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펀드의 투자를 받은 ‘마켓컬리’ ‘프레시지’’제주맥주’ 등은 모두 경제 전문가 출신 대표가 창업한 농식품 기업이다.

문제는 정보 비대칭이다.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털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방에서 일어나는 혁신 사례를 잘 모른다는 게 정 본부장의 설명이다. “현장을 지난 8년간 1200곳 넘게 다녔습니다. 농업 현장은 분명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농업인들이 투자에 대해 아직 잘 모를 뿐이죠. 누군가 ‘농업이 돈이 되냐’고 물으면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돈 된다’고 말입니다. 스마트팜을 넘어 농수산물로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드는 그린바이오도 최근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이 밖에 동물의약품, 가정간편식, 종자사업 등 농식품 투자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정성봉 본부장은 농업의 경제적 가치와 함께 농지의 다원적 기능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농지를 공장 부지 등으로 용도 변경하면 그 파급 효과는 개인에서 그치지 않고 국가적 손실로 이어집니다. 안전한 먹거리, 식량 안보는 물론 홍수 조절, 정서 관리, 전통 보존 등 농지가 보유하는 잠재적 가치는 복원이 불가능해요. 농업 선진화는 국민 전체 이익과 연계되는 특수한 분야입니다. 즉 농업 투자는 주주 이익과 공익성을 동시에 가져가는 임팩트 펀드입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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