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7일(목)

로컬 선수들이 뭉쳤다… “주민 위한 공간으로 지역 살릴 것”

로컬 선수들이 뭉쳤다… “주민 위한 공간으로 지역 살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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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포트타운 웅천 만든 합작 소셜벤처 ‘비프라퍼티’

서울·경기 지역 소셜벤처 ‘블랭크’ ‘빌드’
여수 웅천 신도시에 주민 친화공간 열어
협동조합·로컬 기업들과 상생·협력

전남 여수에서 주민 친화 공간 ‘포트타운 웅천’을 함께 만드는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요한·문승규 블랭크 공동대표, 강민욱 판 대표, 우영승 빌드 대표. 이들은 “각자의 지역에서 ‘로컬’을 만들어온 노하우를 모아 여수를 주민들의 일상이 풍요로운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여수=임화승 C영상미디어 기자

‘로컬 신’의 소문난 선수들이 손을 잡았다. 서울(상도동, 후암동)과 경기 시흥(월곶지구)에서 각각 활동해 온 소셜벤처 ‘블랭크’와 ‘빌드’다. 블랭크는 지난 2012년 설립한 후 커뮤니티 바(공집합), 공유사무실(청춘캠프), 공유주택(청춘파크) 등을 만들며 건축에 기반한 로컬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지난 2016년 탄생한 빌드는 바오스앤밥스(식당), 월곶동꽃한송이(카페 겸 꽃집) 등을 만들어 여성과 육아에 친화적인 공간을 조성했다. 시민이 직접 투자하고 수익금을 배당하는 ‘시민자산화’ 모델로도 주목받았다.

‘로컬을 만드는 동료’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블랭크와 빌드가 전남 여수에서 뭉쳤다. 지난해 8월 합작법인 ‘비프라퍼티’를 만든 뒤, 여수 남쪽 항만 지역인 웅천동에 180평 규모 라이프스타일 공간 ‘포트타운 웅천’을 만들었다. 식당, 카페, 와인바, 파티룸을 한 곳에 모아 지역 주민들이 만나고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지난 1일 영업을 시작했다. 오픈을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 이곳을 방문했다.

“지역과 지역 주민에게 이로운 공간 만들자”

포트타운 웅천은 웅천항 바로 앞에 새로 지어올린 29층짜리 주상복합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다. 180평 규모의 공간은 한쪽 면이 모두 통유리 창으로 돼 있어 여수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문승규(34) 블랭크 대표와 우영승(29) 빌드 대표는 “공간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누구나 오고 싶은 매력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며 “사람들이 찾아와야 커뮤니티가 생기고 지역이 살아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초 14개로 나뉘어 있던 공간을 하나로 잇는 공사부터 시작했다. 주민이 모여 차를 마시고 밥도 먹고 모임도 하면서 어우러지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공간 이름인 포트타운도 항구뿐 아니라 ‘연결’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문승규·우영승 대표는 “전체 면적이 넓어지면서 소방 인증 등 사업자등록이 까다로워졌지만 ‘연결’의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벽을 허물었다”고 말했다.

여수에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건 웅천 지역을 개발하던 시공사로부터 입점 제안이 오면서였다. 웅천은 원래 사람 왕래가 많지 않은 작은 항구 지역이었다. 이곳이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지역 주민을 위한 시설이 필요해지자 시공사가 블랭크를 찾아와 ‘공집합’과 같은 커뮤니티 바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블랭크는 빌드에 “함께해보자”고 제안하면서 합작법인이 탄생했다.

문승규 대표는 “시공사가 우리 쪽에 먼저 제안한 것부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임대인 위주의 공간을 만들었다면 최근에는 좋은 콘텐츠를 가진 임차인을 임대인이 직접 찾아나서는 곳이 늘고 있다”면서 “지역과 지역 주민에게 이로운 공간이 생겨나야 사업성이 높아진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트타운 웅천 계약에서도 시공사는 비프라퍼티가 내건 계약 조건들을 흔쾌히 수락했다. 5년 계약에 공사비를 무상 대출해주고, 고정 임대료는 없이 매출 이익만 나누기로 했다. 문 대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좋은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지역관리회사 모델 되고 싶어”

빌드와 블랭크 관계자들은 지난해부터 수시로 여수를 찾아 사업을 준비했고 지난 3월에는 두 대표를 비롯해 총 7명의 직원이 여수로 이주했다. 정규직 11명과 아르바이트생 19명 등 총 30명의 여수 출신 직원도 신규 채용했다.

사업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된 건 여수에서 활동하던 협동조합 ‘판’의 역할이 컸다. 블랭크와 빌드 모두 공간 조성엔 일가견이 있었지만, 여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판은 여수 토박이 4명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으로, 원도심 지역에서 독립서점 겸 와인바 ‘려’ 등 공간과 콘텐츠를 활용한 로컬 크리에이터 활동을 지속해왔다. 강민욱(31) 판 대표는 아예 포트타운 웅천 내의 편집숍과 바의 운영을 맡았다. 강민욱 대표는 “편집숍 내에서 여수 등 주변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만든 공예품이나 생활용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계획”이라며 “포트타운 웅천은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여수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 이외의 다른 지역에 있는 로컬 기업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카페의 원두는 공주의 카페 ‘반죽동 247’에서 공급받고 식사나 디저트, 음료 등에 사용되는 식자재도 각 지역의 대표 농산물을 활용한다. 지역 농산물을 모아서 판매하는 ‘팜닷’이라는 코너도 따로 만들었다.

비프라퍼티의 목표는 ‘지역관리회사’로 자리 잡는 것이다. 지역관리회사란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역민을 위한 일자리도 만들고, 나아가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도 주민을 참여시키는 모델이다.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우영승 대표는 “현재는 포트타운 웅천을 주민들이 편하게 모이는 공간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후 지역에 기여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수=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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