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4일(수)

“스펙 좋은 인재에서 도전정신 갖춘 인재로”…고려대 ‘미래교육의 방향’ 특별대담 개최

“스펙 좋은 인재에서 도전정신 갖춘 인재로”…고려대 ‘미래교육의 방향’ 특별대담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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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교육의 방향성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교수, 부모, 학생 등 세 집단에서 개혁이 필요합니다. 교수는 지식 생산에 집중해야 하고, 부모들은 예전에 대학 다닐 때를 생각하지 말고, 학생들은 잠깐 공부한 것으로 평생 기득권을 잡을 생각을 접어야 합니다.”

2일 ‘미래 교육의 방향과 심리학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특별 대담에서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은 미래 교육 발전의 요건으로 사회 구성원의 개혁을 꼽았다. 이날 대담은 국내 대학 최초로 ‘심리학부’ 설립을 맞은 고려대가 주최했다. 대담에는 기업인 대표로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 심리학자 대표로 김정운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 교육자 대표로 염재호 고려대 전 총장이 참여했다.

2일 고려대 SK미래관 김양현홀에서 ‘미래의 교육과 심리학의 역할’을 주제로 특별 대담이 열렸다. 이날 대담에는 염재호 고려대 전 총장,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 김정운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이 참여했다. /고려대 제공

이날 대담에 참석한 권오현 상임고문은 “기득권들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며 “학교로 따지면 교수들”이라고 말했다. 권 고문은 “다양한 방식의 교육으로 바뀌어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학생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정운 소장은 변화의 방안으로 ‘디지털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논문이나 교육 등 많은 부분을 디지털로 바꾸기 위한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며 “획기적인 방식으로 많은 사람에게 지식을 생산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자들은 미래 인재 육성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이 공통으로 강조한 점은 ‘도전하는 능력’이다. 권오현 상임고문은 “학생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놓아주고, 새로운 것에 조금씩 노출시키면 도전하려는 능력이 더 배양될 것”이라고 했다. 염재호 전 총장은 “도전을 위해선 결핍이 필요하다”며 “미네르바 대학에서는 매학기 국가와 도시를 옮겨다니면서 수업을 진행해 학생들이 필요한 것들을 자급하는 환경을 만든다”고 했다. 이어 “결핍은 질문을 만들고 스스로 움직이게 한다”면서 “이러한 결핍이 바로 도전하는 능력을 키우는 밑거름”이라고 말했다.

2일 고려대 주최로 마련된 특별대담 ‘미래의 교육과 심리학의 역할’에 참석한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

이날 대담에 앞서 진행된 강연에서는 미래 교육과 심리학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관점이 제시됐다. 첫 강연자로 나선 권오현 상임고문은 “최근 IT기업에서 경쟁적으로 연봉을 인상한다는 뉴스가 화제가 됐다”면서 “그만큼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는 증거인데, 정작 학생들은 취업이 힘들다고 하는 이 괴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교육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학 교육의 문제점을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지금 우리 학생들은 틀리지 않는 방법에 집중하는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밀가루를 사용해서 국수도 뽑을 줄 알고 빵도 만들 줄 알아야 하는데, 우리 대학에서는 빵이 좋다고 빵 만드는 법밖에 알려주지 않습니다. 국수는 뽑아내지도 못해요. 우리나라는 교육은 20세기 시절에 특화된 형태입니다. 남들 거 베껴서 따라가기만 하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시절이었지만, 지금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시기입니다.”

권 고문은 미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키워야 할 능력으로 창조, 감성, 도전을 강조했다. 그는 “실수 안 하고, 재빠르고, 성실한 사람이 위주였다면 이제 스스로 생각하고 성장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라며 “앞으로 AI가 양적이고 단순 지식 축적에서는 훨씬 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타인의 행동과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고민하는 심리학과 이를 컴퓨터로 능수능란하게 옮기는 언어인 코딩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2일 고려대 주최로 마련된 특별대담 ‘미래의 교육과 심리학의 역할’에 참석한 김정운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

두 번째 강연자로 연단에 선 김정운 소장은 심리학과 현재 사회현상을 엮어서 설명했다. 먼저 가상화폐와 악플을 예시로 들면서 ‘지식혁명’과 ‘감정혁명’을 설명했다. 그는 “가상화폐는 화폐 가치에 대한 ‘지식’에서 출발한 개념이기 때문에 화폐 가치에 대한 지식이 혁명적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악플에 대해서는 “인터넷의 익명성에 기대 질투를 마구 쏟아낼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감정이 마구잡이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혁명을 예로 들면서 “산업혁명이라는 말도 사실은 틀렸다”며 “증기기관이 아니라 증기기관을 만든 사람이 혁명을 만든 거니 ‘지식혁명’이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 소장은 “산업혁명 당시 편지가 오간 루트를 그려봤는데, 영국에 집중됐다고 나타났다”면서 “그전까지는 나무처럼 지식이 위계화돼 있었지만, 지금은 네트워크화돼서 여기저기 연결됐다”고 말했다. “1900년대부터 ‘창조적’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과학, 기술, 예술을 통합한 ‘바우하우스’처럼 다양한 영역이 건너 연결되면서 창조적인 지식이 생긴 거죠. 이 통합에서 생긴 것이 바로 ‘메타언어’입니다. 근대 심리학에서 다른 학문과 네트워크가 연결되면서 의식의 흐름과 자유연상 등 폭발적인 심리학 성장이 가능했습니다.”

김 소장은 네트워크 지식 덕분에 대학이라는 기관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논문에 있는 각주와 미주가 다른 여러 지식을 연결하면서 네트워크적 지식이 생긴 것”이라며 “이 때문에 예전에는 교수들만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터넷이 생기면서 누구나 지식을 연결할 수 있게 되면서 각주와 미주가 필요 없어졌고, 지식생산의 권력을 가진 지식공동체였던 대학이 몰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고려대 심리학과가 심리학부로 확장된 것처럼 계층적으로 연결돼 있던 지식이 네트워크적 지식으로 바뀔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2일 고려대 주최로 마련된 특별대담 ‘미래의 교육과 심리학의 역할’에 참석한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

마지막 강연자는 염재호 전 총장이었다. 염 전 총장은 ‘대학이 사라질 위기에서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교육에서도 혁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 전 총장은 “지식은 계속해서 바뀌고 있는데 대학에서 가르쳐주는 건 예전에 교수들이 학위를 따던 시절에 배운 것들”이라며 “지식을 전수만 하는 무역상이 아니라 지식을 생산하는 교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학부 교과과정을 교양 과정으로 대폭 바꿔야 합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지식을 만들 수 있는 근육을 만들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에서는 ‘사당오락’ 같은 용어를 쓰면서 어릴 때부터 공부를 노동으로 가르쳐왔습니다. 그래서 창조적 지식을 만드는 데 상당히 취약하지요. 학생들에게 호기심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염 전 총장은 해외 대학들의 다양한 교육 혁신 사례들을 설명하며 ‘미네르바 대학’을 대표적인 학교로 꼽았다. 그는 “미네르바 대학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해서 세계 6개국, 7개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교육한다”며 “미네르바 대학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데, 학생들이 반드시 질문을 1개씩 해야 하는 등 성장을 유도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네르바 대학에서는 비판적 사고, 창조적 사고 등 4개 교육 내용을 제시하고, 해당 역량들이 학생들을 미래 인재로 키울 수 있는 발판”이라고 설명했다. 염 전 총장은 고려대 심리학부에 대한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심리학부에서 조교 양성을 위해 전공과목만 가르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다른 과 수업도 쉽게 들을 수 있게, 타과생은 전공 수업에 안 받아주는 등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수업을 더 많이 만들어서 토론하는 식의 수업을 추구해야 한다”며 “현장 경험을 얻을 수 있게 하는 등 학생들이 원하는 것들을 가르치는 학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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