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5일(금)

급여 낮고 복지제도 전무… 장기근속할 수 없는 근무 환경

급여 낮고 복지제도 전무… 장기근속할 수 없는 근무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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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일자리 리포트] ①좋은 일엔 좋은 일자리가 없다

Getty Images Bank

2020년은 비영리단체 소속 공익 활동가들에게 혹독한 한 해였다. 코로나19 사태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많아졌지만, 지역 간 이동과 만남이 어려워지면서 활동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거나 아예 사업 자체를 취소한 경우도 많았다. 새로운 환경에 대응할 여력이 있는 단체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심지어 소규모 단체들은 개인과 기업 후원금이 줄면서 일부 활동가는 일자리를 잃었고, 기약 없이 월급이 밀리는 단체도 생겨났다. 비교적 규모가 큰 한 유명 단체는 경영 악화로 전 직원 대상으로 무급 순환휴직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활동가들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기는 쉽지 않다. 다음 달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가는 활동가 A씨는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공익 활동가인 우리까지 하소연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현장에서는 능력과 진정성을 갖춘 활동가들의 이탈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공익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더나은미래는 공익 활동가들의 일자리 문제를 재조명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비영리 분야의 일자리 상황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월평균 급여 206만원… 불안정한 고용 여전

비영리단체 활동가 임금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많지 않다. 각 단체가 연봉이나 처우 정보 공개를 꺼리는 데다, 관련 통계도 없다. 전국 1만4699곳에 달하는 국내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서울시NPO지원센터·아름다운재단 등에서 진행한 연구자료와 일자리 정보 사이트인 크레딧잡·워크넷에 공개된 자료를 통해 임금을 가늠해볼 수는 있다.

해당 자료들을 종합하면, 지난해 공익 활동가들의 급여 수준은 국내 임금 근로자 평균보다 턱없이 낮았다. 공익 활동가들의 평균 연봉은 2163만~2472만원으로 추산됐다. 지난달 28일 서울시NPO지원센터가 563명의 활동가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발표한 ‘지속가능한 공익활동 지표 개발 연구’는 공익 활동가 평균 월급이 206만원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2470만원 수준이다. 공익 활동가의 임금을 이보다 더 보수적으로 분석한 연구도 있다. 지난해 10월 아름다운재단이 발표한 ‘기빙코리아 비영리공익법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익 활동가의 평균 연봉은 2417만원이다. 기업 출연 재단이나 공공 출연 재단을 제외하면 평균 연봉은 2163만원으로 낮아진다.

지난달 29일 국세청이 발간한 ’2020 국세청 통계연보’를 보면 2019년 임금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744만원이었다. 비영리 활동가와 비교해 적게는 1300만원에서 많게는 1600만원까지 차이나는 셈이다. 서울의 한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경력 10년 차 활동가 B씨는 “월 200만원도 못 받고 주말 없이 일한 적이 많았다”면서 “보람은 있었지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활동을 포기할까’ 하는 고민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영리 활동가로 200만원 중반대 월급 정도면 감지덕지라는 인식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근속 연수도 짧은 편이다. 지속가능한 공익활동 지표 개발 연구에 따르면, 현재 소속 단체에서의 재직 기간이 2년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약 38%에 달했다. 정란아 서울시NPO지원센터장은 “비영리단체 대부분이 급여가 낮으면서 복지제도조차 전무한 열악한 상황이라 장기 근속자가 많지 않다”면서 “활동가로서 전문성을 쌓기도 전에 대우가 좀 더 나은 곳으로 옮기거나 아예 영리 기업으로 떠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단체 간 격차 커… 일자리 지원책 필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견기업 정도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극소수 일부 단체는 ‘NGO계의 대기업’으로 불리기까지 한다. 크레딧잡에 따르면 대형 비영리단체로 꼽히는 월드비전·굿네이버스의 평균 연봉은 각각 4034만원, 3565만원이다.

정부나 기업의 후원을 받기 어려운 인권 운동 단체들은 상근직 활동가를 ‘봉사자’로 규정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활동비를 지급하기도 한다. 류홍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장은 “지난 2019년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10년 차 활동가들의 수입이 약 230만원이라는 결과도 있었다”면서 “이마저도 단체 월급이 아니라 외부 강연료 등을 포함한 금액이라, 그런 기회가 없는 활동가 수입은 훨씬 낮다”고 지적했다.

단체 간 재정 격차는 코로나19 이후 단체와 소속 활동가들의 상황을 극심하게 갈라놓기도 했다. 소규모 단체 가운데선 인턴과 계약직 등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일괄 계약 해지, 정규직 직원에 대한 출근 일수와 급여 조정까지 이뤄진 곳도 속출했다. 특히 매년 300명 이상을 파견하면서 국제개발협력 단체에 실무자 보급 통로 역할을 하던 코이카 해외봉사단 사업은 코로나19로 전면 중단되면서 구직자들과 단체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활동가의 능력과 경력에 맞는 급여와 복지 등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현경 아름다운재단 전문위원은 “저임금이 당연하고, 적정한 급여와 복지는 큰 단체 소속 활동가들이 누리는 특권처럼 보는 시선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익 활동도 아동·교육 등 사회문제나 돌봄 제공·모금 등 업무 분야에 따른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라며 “여러 지역과 분야에서 공익을 위해 일하는 활동가들이 직업인으로서 당연하게 가져야 할 권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정란아 센터장은 “공익 분야는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면서 연간 수백만개 일자리도 만드는 등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일자리안정자금이나 청년고용장려금 등 정부 지원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라, 비슷한 규모의 중소기업 대상 지원만이라도 포함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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