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9일(화)

[Why ESG] ③기업의 ‘설명책임’이 확대된다

[Why ESG] ③기업의 ‘설명책임’이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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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일 넷임팩트코리아 이사

투자자들이 ESG에 관심을 가지면서 투자 대상인 기업들도 다양한 보고서를 통해 ESG 공개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일부 국가를 제외하곤 대부분 ESG 정보공개가 법제화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기업들은 외부의 다양한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ESG 성과를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달 발간된 ‘KPMG 글로벌 지속가능성보고 트렌드 보고서 2020’에 따르면, 2020년 6월 기준 글로벌 250대 기업의 96%, 국가별 100대 기업(총 5200개 기업)의 78%가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100대 기업 중 78개 기업이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하고 있고 일본과 멕시코, 그리고 유럽의 몇몇 나라를 포함한 총 14개국은 100대 기업들이 모두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내고 있다. KPMG가 글로벌 지속가능성보고서 트렌드 조사를 처음 했을 때인 1993년에는 국가별 100대 기업 중 평균 12% 정도가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했던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하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을 포함한 정보 이용자들은 ESG 성과 정보에 대한 비교가능성이 너무 떨어지고, 기업들도 실제로 중요한 이슈를 담기보다는 보여주고 싶은 내용만 선별해서 보고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ESG 성과를 등급(rating)과 순위(ranking)로 평가하는 기관은 전 세계적으로 100개가 넘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로배코샘(RobecoSAM)의 ‘CSA’(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기업 지속가능성 평가)와 전 세계 금융투자기관에 기업의 환경 정보를 평가해 제공하는 비영리 기관이자 평가 지수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탄소 정보공개 프로젝트)가 가장 유명하지만 다른 국가들에서는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의 ‘ESG Risk Ratings’,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ESG Ratings’,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의 ‘Quality Score’ 등도 지명도가 높다.

ESG 평가가 이렇게 많은 건 그만큼 투자자들이 활용을 많이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ESG 성과 측정에 대한 신뢰성과 재무성과와의 연계성을 두고 서로 경쟁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투자자와 기업 모두, 신뢰성과 유용성 측면에 대한 판단을 명확히 내리지 못한 채 항상 외부 평가기관에 대해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SG 평가툴 간 불일치 문제의 원인을 찾고 향후 자본시장에서 더 잘 활용될 수 있게 하기 위해 올해 MIT 경영대학원(Sloan Management School)에서는 ‘Aggregate Confusion’이라는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2017년부터 비재무보고 의무화 지침인 ‘NFRD(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을 시행하고 있는 EU는 올해 NFRD를 개정하면서 ‘더블 머티어리얼리티(Double Materiality)’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투자자 등 재무적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중요한(material)한 정보와 그외 이해관계자들에게 중요한 정보가 구분되어야 하고, 두가지 중요성 기준으로 구분된 ESG 이슈들이 충분히 정보이용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재무보고서를 준비하는 기업은 물론 정보 이용자들에게 가이드를 제공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정보를 ‘제공하는 자’와 ‘이용하는 자’(즉 ‘투자자’와 ‘기타 이해관계자’)와의 갭을 줄이려는 시도인데, ESG 정보의 표준화를 향한 진일보라고 생각된다. 또한 그만큼 그간의 ESG 정보가 투자자들과 이해관계자들의 정보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2020년은 투자사슬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ESG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고 나아가 표준화를 이루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들을 진행했던 해라고 말할 수 있다. 우선 지난 9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IBC(International Business Council)에서는 ESG 성과의 비교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측정: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에 대한 공통 지표 및 일관성 있는 보고’를 발간, ESG 성과 측정을 위한 공동 지표를 제시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자본시장이 준수하고 있는 회계기준인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에서 지속가능성보고서의 표준화를 위해 IFRS의 역할에 대해 외부 의견을 듣고 있다. IFRS의 이런 행보는 최근 ESG 성과 보고의 표준화에 대한 외부 이해관계자의 폭발적인 요구에 기인한다. 의사결정에 활용하기에는 기업들이 공개하는 ESG 정보가 적절하지 않고, 외부 ESG 정보 서비스를 하는 기관들의 ESG 평가 정보들도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에서도 올해 5월 ESG 정보 관련 제도화를 위한 ESG 위원회를 만들고, 투자 결정을 위해서는 ‘중요하고, 비교가능하며, 일관된’ 정보 공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업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외부 ESG 정보 공개 프레임워크인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 Board)와 IIRC(International Integrated Reporting Council)의 합병 소식이 지난달 발표되기도 했다. SASB 와 IIRC는 내년에 ‘Value Reporting Alliance’를 결성해 표준화된 비재무정보 공개 프레임워크를 개발할 예정이다.

ESG에 대한 관심은 기업들에겐 ‘설명책임(accountability·기업을 어떻게 경영했는지 주주에게 보고해야 할 의무)’의 범위가 재무적 성과에서 비재무적(ESG) 성과로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명책임은 설명을 제공하는 기업과 그걸 해석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 간에 서로 합의된 용어와 의미들이 기반이 된다. 현재 자본시장에서 활용되는 재무적 성과 보고의 기준인 IFRS나 GAAP(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 등이 좋은 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런 수준의 ESG 성과 보고 기준이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래서 여정(journey)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나 보다. 하지만 올해의 사건들로 긴 여정의 목적지는 분명해진 것 같다.

정영일 넷임팩트코리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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