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6일(목)
[Why ESG] ②투자자들에게 ESG는 ‘새로운 기회’
정영일 넷임팩트코리아 이사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투자 활동. 둘의 연계가 본격화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주류 투자는 전통적으로 환경이나 사회 이슈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고, 다만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SRI)라고 하는 것이 주변에서 일부 벌어지고 있었다. 주로 윤리적인 이유로 특정 산업이나 특정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정도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주류 투자의 관행은 결국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업들의 노력을 저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했다.

그러던 2004년, 당시 UN 사무총장이었던 코피 아난이 전 세계 주요 자산소유자(Asset Owner)들과 함께 전 지구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한 자산 소유자들의 역할을 촉구하는 ‘Who Cares Wins’라는 문서를 작성하면서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ESG라는 신조어를 등장시킨 ‘Who Cares Wins’는 이듬해인 2005년 ‘UN Principle of Responsible Investment(PRI)’로 이어지게 된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도 있었지만, PRI는 지속적으로 확대됐고, 거래소 등 투자 사슬의 주요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투자 활동에 ESG를 통합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움트기 시작했다. 2009년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투자시장의 ESG 정보의 중요성과 정보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Sustainable Stock Exchange’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런 이니셔티브들의 등장에도 주류 투자에서의 ESG 통합은 느리게 진행됐다.

2015년 이후 기업의 ESG 성과와 재무 성과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는 중요한 논문들이 지속적으로 나왔고, 투자자들의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ESG 요소들이 재무적으로 유의미하다는 증거들은 결국 투자활동의 주요 원칙인 ‘수탁자 책임’이라는 개념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사실 ESG 논의 초장기에 많은 연기금 수탁자들이 “우리의 의무는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ESG 요소들을 고려한 투자를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ESG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현재는 정설이 됐다. 올해 1월 발간된 UN PRI의 ‘21세기의 수탁자 책임(Fiduciary in the 21st Century)’ 등 주요 보고서들에도 이런 내용이 명시됐다.

특히 다양한 ESG 요소 중에서 ‘기후변화’를 중심으로 한 환경 이슈는 금융기관이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G20 재무장관과 각국 중앙은행장들의 협의체인 금융안정위원회(FSB)의 산하 조직인 TCFD(Task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는 금융기관들의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2017년 기업의 재무보고서에 기후변화 리스크를 공개하도록 하는 권고안을 마련했다. 현재 전 세계 1000여개가 넘는 은행과 자산운용사, 연기금, 보험사, 신용평가사, 회계법인 등이 이 권고안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2017년에는 NGFS(Network of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녹색금융네트워크)가 출범했다. NGFS는 기후 리스크를 금융안정성, 금융감독, 투자포트폴리오, 정보공시체제에 반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결성된 협의체로 현재 전 세계 66개 중앙은행, 금융감독기관, IMF(국제통화기금), 국제결제은행(BIS),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투자자들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올 초 블랙록(Blackrock)의 CEO 래리 핑크는 투자하는 기업의 대표들에게 연례 서한을 보냈다. 그의 편지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들에 너무 소홀했던 투자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ESG에 대한 고려는 윤리적으로도, 그리고 재무적 이익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것이 됐다. 나아가 최근에는 ESG가 갖는 리스크적인 측면이 아니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서의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투자 관행과 ESG 통합 논의의 전도사로 일컬어지는 마크 카니(MarK Carney) 영국 중앙은행 전 총재의 이야기대로 일상적인 투자 의사결정에 ESG를 고려한 보고와 리스크 관리, 수익 최적화를 도입하는 변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영일 넷임팩트코리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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