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7일(목)

“어머님, 장바구니 꼭 챙겨주세요” 시민과 마주보며 캠페인 독려

“어머님, 장바구니 꼭 챙겨주세요” 시민과 마주보며 캠페인 독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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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씨 아카데미 환경 캠페인 현장

담배꽁초 줍기,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등
현직 활동가들과 망원시장서 팀별 활동
“직접 캠페인 해보니 다른 기획하고 싶어”

“캠페인에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비난이 아니라, 더 많은 시민과 기업이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거니까요. 기업, 시장 상인, 일반 시민 모두에게 문제를 알리면서도 기꺼이 함께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게 활동가의 역할입니다.”

지난달 20일 서울 망원시장에서 풀씨 아카데미 교육생들이 ‘플라스틱 어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장바구니를 챙긴 시민에겐 포장재 없는 과일 알맹이를 선물하고, 비닐봉지를 든 시민에겐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문제를 알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지난달 20일 서울 망원동 망원시장 내 한 카페. 고금숙 알맹상점 공동대표의 이야기에 청년들의 눈이 반짝였다. 알맹상점은 지난 6월 서울 망원동에 문을 연 제로웨이스트숍이다. 샴푸·커피 등을 모두 포장재 없이 판매하고 있다. 이날 카페에 모인 청년들은 ‘풀씨 아카데미’ 3기 수강생들이다. 풀씨 아카데미는 환경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을 공익 활동가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으로 재단법인 숲과나눔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함께 운영한다.

이날 수업은 청년들이 현장 활동가들에게 캠페인의 경험과 방법을 전수받고 직접 캠페인을 진행해보는 시간이었다. 현장에 모인 풀씨 수강생 20여 명은 제로웨이스트 관련 교육을 들은 뒤 세 팀으로 나뉘어 각각 ▲담배꽁초 줍기 ▲유색 스티로폼 모니터링 ▲비닐봉지 어택을 진행했다. 알맹상점 활동가들이 멘토로 참여해 캠페인 기획과 진행을 도왔다.

활동가들에게 환경 캠페인의 ‘꿀팁’을 배우다

고금숙 대표는 “망원시장에서 가장 흔하게 생겨나는 환경 관련 문제를 오늘 캠페인의 주제로 택했다”고 말했다. “담배꽁초는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하수구를 거쳐 바다로 흘러가고, 이를 물고기가 삼켜 결국에는 사람이 다시 꽁초를 먹는 게 됩니다. 유색 스티로폼의 경우 재활용이 안 되는데도 고기나 회를 담으면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효과가 있어 남용하는 상인이 많아요. 비닐봉지는 빠르고 간편하게 손님에게 물건을 건넬 수 있다는 점에서 상인과 손님 모두가 선호하지만 재활용이 쉽지 않습니다. 검은색 등 유색 비닐은 별도의 색소 분리 과정이 필요해 선별장에서 쓰레기로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멘토로 나선 알맹상점 활동가들은 원활한 캠페인 진행을 위한 팁을 공유했다. 비닐봉지 어택 팀 멘토를 맡은 최영란 활동가는 “알맹상점이 캠페인을 진행할 때도 상인들을 비난하기보다는 용기를 가져가면 받아주는 가게에 집중적으로 매출을 올려주는 방식을 선택했다”면서 “비닐봉지로 장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플라스틱 관련 퀴즈를 풀면 과일이나 당근 등을 선물하고, 그 이후 다음부터는 장바구니를 이용해달라고 부드럽게 부탁하는 게 좋다”고 했다.

유색 스티로폼 모니터링 팀 멘토로 나선 고금숙 대표는 “상인들이 불쾌하지 않도록 사용하는 가게만 몰래 적어오라”고 귀띔했다. 망원시장 유색 스티로폼 사용량을 파악해 이를 지자체에 전달하고 해결책을 찾아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의를 마친 교육생들은 팀별로 망원시장으로 나갔다.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건 비닐봉지 어택 팀. 처음엔 쭈뼛거리던 교육생들은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생겨나자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어머님, 다음부터는 꼭 장바구니를 들고 와주세요!” 퀴즈를 내던 교육생들이 웃으며 말하자, 어르신들은 “원래는 쓰는데, 오늘은 깜빡 잊었다”며 머쓱해하기도 했다. 담배꽁초를 줍는 팀은 ‘네가 버린 꽁초, 내가 줍는다’는 피켓을 들고 망원시장 안팎에 마구 버려진 꽁초를 주웠다. 유색 스티로폼 모니터링 팀은 다시 두 조로 나누어 망원시장과 이어진 월드컵시장까지 꼼꼼히 살폈다.

일상을 바꿀 것인가? 정책을 바꿀 것인가?

한 시간여 진행된 팀별 캠페인을 마친 교육생들은 소감을 쏟아냈다. 유색 플라스틱 모니터링 활동에 참여한 김지원(26)씨는 “유색 스티로폼이 이렇게 많이 쓰이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축산 매장에서 도축한 모든 고기를 유색 스티로폼 용기에 미리 포장해놓고 판매하고 있어서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싶어도 선택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반면 귀찮아도 환경을 생각해서 그때그때 고기나 야채를 창고에서 꺼내 판매하는 가게도 있었다”고 했다.

비닐봉지 어택 팀은 “길거리에서 캠페인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김민하(20)씨는 “응원해주는 분들도 있었지만 ‘가게에서 주는 대로 받은 건데, 내 잘못이냐’면서 화를 내는 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담배꽁초 줍기 팀은 “오늘 주운 담배꽁초를 페트병에 넣어 담배를 제조·판매하는 KT&G에 보낸 뒤 해법을 찾아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민송 활동가는 “기업에 요청할 때는 화를 내는 것보다는 ‘귀사의 제품에 만족하지만, 환경문제 때문에 지속적인 사용이 망설여진다’거나 ‘비즈니스와 연결된 좋은 사회 공헌 아이디어’라는 식으로 제안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청년들은 “경험이 많은 현장 활동가의 멘토링과 함께 진행한 캠페인 실습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조언을 받으며 캠페인을 진행해보니 새롭게 배우는 것이 많았다는 의견도 있었고, 오늘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환경 캠페인을 기획해보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고금숙 대표는 “시민에게 문제를 알리고 일상을 바꾸는 게 ‘소문자 캠페인’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모인 의견을 정치가나 기업에 알려 변화를 촉구하는 것은 ‘대문자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주제에 맞는 다양한 전략을 똑똑하게 활용해 변화를 만드는 캠페이너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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