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7일(수)

[Why ESG] ①ESG를 향한 여정이 시작됐다

[Why ESG] ①ESG를 향한 여정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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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일 넷임팩트코리아 이사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정의는 매우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CSR은 기업이 사회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그리고 사회와의 관계를 고려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시대에 따라 사회가 기업에 갖는 기대가 다르고, 사회 속에서 기업이 책임으로 인지하는 것도 변화한다. CSR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업과 사회와의 관계가 매우 역동적이며 지속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했던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은 5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의미가 이전 같지는 않다.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들에 대해 관리하는 것은 이미 기업 경영 활동의 당연한 고려사항이 됐다. 그리고 2015년 9월 전 세계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합의하면서,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기업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최근 들어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 많은 나라가 ESG 성과 공시와 관련된 법규들을 제정하고 있고, 회계법인들과 비즈니스 스쿨에서 ESG와 관련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업의 경영 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부정적인 환경·사회적 영향을 줄이고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것을 CSR이라고 한다면, ESG는 기업이 CSR로 관리해야 하는 영역을 일컫는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중심으로 투자자들과 많은 평가 기관들이 기업의 CSR 성과를 가늠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락(Blackrock)’의 CEO 래리 핑크는 올해 벽두에 블랙락이 투자하는 기업의 CEO들에게 서한을 보내 ESG 성과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알렸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권고안에 기반해 기후변화 관련 성과를 기한 내에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또 미국의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ESG 성과에 대한 공시 기준을 제정한 SASB(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의 산업별 표준에 따라 ESG 성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블랙락이 운용하고 있는 다양한 펀드에 소속된 한국 상장기업은 약 60여곳으로, 이들 기업은 현재 TCFD와 SASB에 기반한 ESG 성과 공개에 대한 입장을 정하고 공시를 준비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상장기업의 ESG를 평가해 투자 회사를 선별하고 있다. 위탁운용사 선정 시에도 ESG를 고려한 투자를 하고 있는지를 고려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도 ESG공시 전담팀을 두고 있고, 최근에는 ESG 자문위원회도 구성했다. EU에서는 비재무보고지침(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을 발효해 2017년부터 특정 기업들의 ESG성과 보고를 의무화했고, 현재는 주요 금융기관들의 ESG 활동과 성과 공개 확대 의무화를 골자로 EU 공시명령(EU Disclosure Regulation)을 개정하고 있다. 일본은 자국 상장기업들과 투자자들 사이의 ESG 성과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의 결과로 2017년 ‘협력적 가치 창출을 위한 가이던스’(Guidance for Collaborative Value Creation)를 수립했고, 현재 국제적으로 통합보고(Integrated Reporting)와 TCFD 논의를 선도하고 있다.

ESG에 관련한 논의들은 투자사슬(Investment Chain)에서 기존의 투자 관행과는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연기금 등 자산소유자(Asset Owner) ▲증권사 등 자산운용자(Asset Manager) ▲상장기업들에 해당하는 자산생산자(Asset Creator)로 구성된 투자사슬에서 자산소유자와 자산운용자가 사용하고 있는 투자 원칙과 투자 관행, 그리고 자산생산자의 성과 측정 기준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사업보고서에 언급된 재무적인 성과만을 갖고는 기업을 온전히 평가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투자사슬에 참여한 많은 플레이어들이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무형자산이 시가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 세계적으로 50% 이상, 일부 산업에서는 최대 80%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자산소유자 사이에서 기존의 단기성과 위주의 투자에서 장기적 투자로의 변환에 대한 요구가 더해지면서 ESG는 투자 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나아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자산소유자와 자산운용자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지면서 자산생산자들의 ESG 성과 향상 및 정보공개에 대한 요구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상장기업들은 법률에 기반해 정보 이용자(주로 투자자)와 제공자(상장기업)가 서로 합의된 기준대로 매년 사업 성과를 공시하고 있다. 재무제표에 기초한 사업보고서 등의 공시 제도는 상장기업들이 공식적으로 약속한 활동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는 설명책임(Accountability)의 주요 수단이다. 기존에는 재무적 성과에 대해 각국의 회계기준과 법률로 정해진 방법에 따라 공시를 하면 됐는데, 이제는 ESG 성과 공시에 대한 압력을 받고 있다. ESG 성과를 제공하고, 그 성과를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하도록 기업에게 요구하고 있다. 즉, 기업 설명책임의 범위와 방법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정영일 넷임팩트코리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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