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씨아카데미 ‘새활용플라자’ ‘SR센터’ 현장 수업
“버려진 자원에 물리·화학 처리를 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걸 ‘재활용’이라고 해요. 반면 ‘새활용’은 버려진 자원에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걸 말해요. 음료수 팩으로 만든 가방, 잡지를 잘게 잘라 압축해 만든 그릇 등이 모두 새활용 제품에 해당하죠.”
지난 15일 서울 성동구 용답동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진행된 풀씨아카데미 1기 수강생들의 현장 수업. 임도연 새활용플라자 선임이 수강생들에게 재활용과 새활용의 차이를 설명했다. 재단법인 숲과나눔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함께 진행하는 풀씨아카데미는 환경 분야 공익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 총 21명의 수강생이 지난해 12월부터 수업에 참여했다. 이날 현장 수업은 1기 수강생들의 마지막 일정. 학생들은 서울새활용플라자,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Seoul Resource Center, 이하 ‘SR센터’) 등 자원 순환의 현장을 직접 돌아봤다.
현장 수업은 지하 1층의 ‘소재은행’에서 출발했다. 한쪽 벽을 따라 가지런히 놓인 수십 개의 투명 플라스틱 서랍 안에 낱개로 분리된 컴퓨터 키보드 알, 쓰다 남은 전선, 우산에서 떼어낸 천 조각 등이 종류별로 담겨 있었다. 수강생들은 서랍을 열어 소재를 만져보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이어 ‘젠니클로젯’의 공방으로 이동했다. 젠니클로젯은 버려진 청바지나 친환경 섬유로 가방을 만드는 기업이다. 최근엔 사회적기업 ‘마리몬드’와 협업해 내놓은 목련 자수로 장식한 가방이 온라인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새활용플라자에는 젠니클로젯을 비롯해 자전거 부품을 조명·액세서리로 재탄생시키는 ‘세컨드비’, 폐목재로 그릇이나 인테리어 소품 등을 제작하는 ‘메리우드’, 우유팩을 가공해 카드 지갑을 만드는 ‘밀키 프로젝트’, 폐유리병을 납작하게 눌러 접시, 시계로 변신시키는 ‘글라스본’, 국내 1세대 새활용 패션 브랜드 ‘에코파티메아리’ 등 새활용 기업 30여 곳의 공방이 자리 잡고 있다. 전면이 유리로 된 공방들 안쪽으로 작업에 몰두한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수강생들은 작업에 방해될까 조심하면서도 관심 가는 제품이나 공방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유리벽 안을 꼼꼼히 살폈다.
새활용플라자를 돌아본 수강생들은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SR센터로 향했다. SR센터는 서울시 25개 구에서 수거된 소형 가전제품 폐기물을 구리,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 재질별로 분해해 자원화하는 곳이다. 센터 내 작업장에는 스마트폰, 컴퓨터, 선풍기, 전기밥솥 등 온갖 폐가전제품이 가득 담긴 대형 포대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고, 분해된 부품들이 수북이 쌓인 플라스틱 바구니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서울시로부터 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인 ‘에코시티서울’의 이다운 대리는 “SR센터에서 매년 3000~3600t가량의 소형가전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는데, 센터로 오는 폐기물 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제품 교체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어요. 스마트폰의 경우 교체 주기가 2~3년 정도밖에 안 됩니다. 또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형 가전 사용이 늘고, 그만큼 버려지는 가전제품도 늘었어요. 요즘에는 한창 유행했던 에어 프라이어가 부쩍 많이 들어옵니다.” 수강생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SR센터에서는 매일 1t 가까이 들어오는 소형가전 폐기물을 100% 수작업으로 분해한다. 이다운 대리는 “폐기물을 파쇄기에 넣고 부수면 재활용할 수 있는 부품 양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면서 “자원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이 에어 드라이버로 부품들을 하나하나 해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강생들은 안전모와 특수안경으로 무장한 직원들이 능숙한 손동작으로 오디오, 청소기를 분해하는 모습을 감탄하며 지켜봤다.
풀씨아카데미 1기 마지막 수업을 끝낸 수강생 김미현(28)씨는 “버려진 자원으로 만든 제품들이 생각보다 다양하고 예뻐서 놀랐고, 서울 전역에서 발생한 소형 가전 폐기물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되는지 알게 돼 좋았다”며 “폐가전뿐 아니라 플라스틱, 종이 등 다른 자원이 처리되는 과정도 직접 보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이선지(30)씨는 “새활용플라자에서 직접 새활용 제품을 만들어보는 워크숍도 자주 열린다고 들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꼭 참여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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