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디자인·음악·언어… 자유롭게 상상력 표현… ‘창의력 키우는 교육’ 워크숍 진행

일본 문화예술 사회공헌 ‘칸바스’
성냥개비·사진 활용한 스토리텔링… ‘스크래치’로 게임하듯 음악 제작도
모든 워크숍에 강사 개입 최소화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하도록 유도

‘매뉴얼 사회’ 일본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이다. 올 4월부터 실시될 중학교 교과과정에는 ‘댄스’가 필수교과목으로 지정됐다. 청소년들의 체력 향상과 표현력 증진을 위해서다. 일본에는 공교육뿐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어린이와 청소년의 창의력 증진을 위한 수많은 비영리법인(NPO)이 활동하고 있다.

일본의 비영리법인 ‘칸바스’에서 창의교육을 실시하는 모습. 이 워크숍에서 어린이들은 조형·디자인·영상·언어 등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상상하고 표현한다. /칸바스 제공
일본의 비영리법인 ‘칸바스’에서 창의교육을 실시하는 모습. 이 워크숍에서 어린이들은 조형·디자인·영상·언어 등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상상하고 표현한다. /칸바스 제공

2002년 11월 설립된 ‘칸바스(CANVAS)’는 다양한 창의교육 워크숍을 제공하며 주목을 끄는 단체다. 도쿄대에서 공학을 전공한 후 미국 MIT대 미디어 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이시도 나나코씨가 MIT에서 어린이를 위한 워크숍 현장을 본 후, 23세의 젊은 나이에 칸바스를 설립했다. 대표 프로그램인 ‘키즈 크리에이티브 연구소(キッズクリエイティブ硏究所)’의 경우, 조형·디자인·영상·음악·언어·환경·과학·음식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워크숍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월 게이오대학 히요시 캠퍼스에서 열린 키즈 크리에이티브 연구소 행사에서는 어린이들이 성냥개비나 점토, 사진, 악기 등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 워크숍에서는 참가자들이 스스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만들어 표현해야 한다. 이야기 내용을 만들기 위해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고, 이를 이야기라는 형식으로 구성하기 위해 논리적인 사고를 해야 하며, 잘 전달하기 위한 표현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완성된 작품은 발표회를 통해 다른 친구들의 작품과 비교되는 과정을 거친다. 나와 다른 표현을 보며 어린이들은 또 한 번 상상력을 자극받는다. 칸바스의 부이사장 이시도 나나코씨는 “칸바스의 모든 워크숍은 강사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친구들과 토론하고 자극받으면서 이를 통해 창의력이 자랄 수 있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상_사진_창의교육_어린이_2012워크숍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때때로 가족·친구들뿐만 아니라 바다 건너 친구들에게 자극받기도 한다. 칸바스가 주최한 캄보디아와 일본 어린이 간 ‘일러스트 제작 워크숍’에서, 양국 어린이들은 인터넷 사이트에 업로드된 친구들의 그림을 보며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 캄보디아 아이들이 그린 집은 모두 기둥 위에 서 있는 형태였고, 일본 아이들은 머리 색깔을 모두 검게 칠한 것. 이시도씨는 “이러한 교류를 통해 어린이들은 당연하게 여겼던 주변의 것들을 되돌아보게 되고, 교과서보다 더 가까이 해외 문화를 느끼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시도씨는 창의교육 워크숍을 진행할 때 지역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가사키(長崎)에서 자신의 고장을 소개하는 애니메이션 제작 워크숍을 했어요. 현지 교육인회에서 어린이들을 모집해 주고 지역 방송국이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주는가 하면, 기술 스태프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아이들을 지도했습니다. 또한 관광연맹은 워크숍의 소재가 될 자료를 제공해 주었고, 대학은 연구원들을 파견하여 워크숍 고안에 머리를 맞대 주었지요. 모든 프로젝트를 저희가 진행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결국 지역의 모든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지속적인 창의력 육성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칸바스는 현재 전국에서 연 100~200개의 참가형 워크숍이 개최되도록 활발한 가교(Bridge) 역할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쌓은 노하우를 좀 더 공유·확산시키기 위하여 매년 ‘워크숍 컬렉션(Workshop Collection)’이라는 박람회도 개최한다.

“미래 세대에게 디지털 미디어는 자신을 표현하는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시도씨는 설립 초기부터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워크숍 개발에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10월 게이오대학에서는 MIT 미디어 연구소에서 개발된 어린이용 소프트웨어 ‘스크래치(Scratch)’를 활용한 워크숍이 개최돼 큰 호응을 얻었다. 스크래치는 어린이들도 쉽게 애니메이션이나 음악 등을 만들 수 있도록 고안된 멀티미디어 제작 소프트웨어이다.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어린이들은 마치 게임을 하듯이 워크숍에 참여하였고, 그 과정에서 창의력과 표현력은 물론 IT 기술까지 함께 향상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수퍼 사이언스 키즈(Super Science Kids)’라는 비영리법인은 ‘스크이크(スクイ-ク)’라는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를 활용, 어린이들이 스스로 발견하고 창조하는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2010년 오가키(大垣)에서 진행된 워크숍에서는 어린이들이 스크이크의 사용법을 간단히 배운 후, 스크이크의 애니메이션 기능을 활용해 PC상에 띄워진 자동차로 경주를 벌이는 게임을 진행했다. 참가한 어린이들은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내게 되고 아이디어를 형태로 표현하는 경험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기회를 가졌다.

일본의 창의력 증진 교육은 비영리법인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PC 제조기업 NEC는 칸바스와 함께 ‘NEC 키즈 아니메 워크숍’을 개최, 점토와 디지털카메라, PC를 활용한 클레이 애니메이션 제작을 통해 어린이들의 스토리 구성능력과 영상 표현력을 기르는 워크숍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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