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목)

CSR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 뚫는다_ 중국삼성·POSCO-IPCC

중국삼성_ 무료 개안수술로 ‘빛’ 찾아줘…
POSCO-IPCC_ 가볍게 시작해 큰 나눔으로…

“제가 살던 세상에는 안개가 짙게 끼어 있는 것 같아서 친구들과 술래잡기, 줄넘기, 모래주머니 던지기 같은 놀이를 하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어요.”

눈이 보이지 않던 중국 허베이성의 리우칭난(13). 이 세상에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은 가족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노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랬던 아이가 지금은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하고 친구들과 뛰어다니며 논다. 지난 2007년 중국삼성에서 개안(開眼)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앞을 볼 수 있게 된 리우칭난은 작년 여름 직접 감사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중국삼성의 도움으로 '빛'을 찾게 된 리우칭난과 어머니가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다.
중국삼성의 도움으로 ‘빛’을 찾게 된 리우칭난과 어머니가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박 할아버지(중국삼성 박근희 사장), 삼성 아저씨, 언니들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는 거라 생각해요.” 기특한 다짐도 한다.

중국삼성의 도움으로 눈을 되찾은 사람은 지금까지 6150명이다. 중국삼성 박근희 사장은 “우리의 작은 도움이 이렇게 큰 감동으로 돌아오는 사례들을 보니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 더 좋은 일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중국삼성 직원들이 '일심일촌' 운동으로 찾은 농촌에서 옥수수를 손질하는 모습.
중국삼성 직원들이 ‘일심일촌’ 운동으로 찾은 농촌에서 옥수수를 손질하는 모습.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무료 개안수술 프로그램인 ‘삼성 사랑의 빛 운동’을 시작한 것은 2007년도부터다.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봉사활동을 찾던 중에 간단한 수술로 ‘빛’을 찾을 수 있는 백내장 환자가 많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빈곤지역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청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청각도우미견’을 무상 분양하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2005년 9월부터는 아예 1개 법인이 1개 농촌마을과 일대일 결연을 맺어 농촌일 돕기, 교육시설 지원, 청소년 정보화 교육, 환경보호 등 한 마을을 총체적으로 일으키는 ‘일심일촌(一心一村) 운동’을 시작했다. 공부하고 싶어도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 짓기 사업도 핵심 사업이다. 2010년까지 ‘삼성 애니콜 희망 소학교’라는 이름으로 100개의 학교가 지어질 예정이다.

박근희 사장은 “사회기여 극대화, 기업 이미지 제고, 인맥 구축의 3가지를 사회공헌 활동의 원칙으로 삼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함께 지원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꾸준히 중국 내 사회공헌 활동을 해 온 결과, 외자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중국정부가 수여하는 중국자선상 2회 연속 수상, 북경대 소비자브랜드가치조사 5년 연속 1위 수상 등 중국 내 사랑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에서 삼성이 사회공헌으로 현지화 전략에 성공했다면, 인도에서는 포스코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도 푸네 시의 POSCO-IPCC 직원들이 해피 하우스 아이들과 함께 동물원 나들이를 하고 있다.
인도 푸네 시의 POSCO-IPCC 직원들이 해피 하우스 아이들과 함께 동물원 나들이를 하고 있다.

지난 3월 인도 남서부의 푸네 시에 위치한 고아원 해피 하우스(Happy House)는 인도 최대 수영장인 다이아몬드 워터 파크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해피 하우스는 부모가 에이즈로 사망하여 남겨진 아이들을 위한 고아원으로 현재 46명의 아이들이 10명의 선생님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해피 하우스 아이들에게 다이아몬드 워터 파크에서의 즐거운 하루를 선물한 곳은 포스코의 철강 가공 공장 POSCO-IPCC이다.

POSCO-IPCC와 해피 하우스와의 첫 만남은 어떤 전략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포스코 사회공헌그룹 나영훈 과장은 “한국에서 부서별로 지역사회, 기관 등과 연계되어 봉사활동을 했던 것이 익숙해진 임직원들이 해외에 나가서도 봉사할 곳을 찾은 것이 작은 시작이었다”고 했다. 봉사에 경험이 많았던 한국 직원들을 중심으로, 인도 현지 직원들과 어울려 봉사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첫 봉사를 시작한 2008년 3월에는 인도 현지 직원들이 잘 참여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하지만 아이들과의 만남 이후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자신의 나라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나눈다는 것이 현지 직원들에게는 너무 신나고 보람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POSCO-IPCC 정운태 차장은 “어떤 직원들은 아이들에게 선물할 거라며 집에서 이것저것 챙겨오기도 한다”며 “현지 직원들이 봉사활동 계획부터 운영까지 주도적으로 해 나간다”고 말했다.

포스코 태국 자원봉사팀이 어려운 지역 주민을 위한 집을 지은 후 함께 활짝 웃고 있다.
포스코 태국 자원봉사팀이 어려운 지역 주민을 위한 집을 지은 후 함께 활짝 웃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자원봉사의 결과는 컸다. 해피 하우스의 아이들과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푸네 시 지역사회도 POSCO-IPCC에 대해서 고마운 마음, 따뜻한 마음을 가지기 시작했다.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현지 직원의 숫자도 점점 늘어났다. 한국 직원들과 인도 현지 직원들간의 눈에 보이지 않던 벽도 무너졌다. 정운태 차장은 “지역사회에서 인정받는 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에 회사에 대한 로열티도 높아졌다”고 했다. 작은 봉사활동이 회사의 훌륭한 현지화 전략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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