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100대 기업 CSR 커뮤니케이션 극과 극-①]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58곳만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더나은미래·IGI 공동 연구  

 

시가총액 100대 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분석 결과 

58곳만 보고서 공개, 기업별 투명성 ‘극과 극’ 

 

픽사베이 제공_커뮤니케이션 이미지

더나은미래•IGI 제공
더나은미래•IGI 제공

최근 A기업은 ‘에코바디스(EcoVadis)’라는 글로벌 평가기관에서 정보 공개를 요구받았다. 협력사와 공정거래를 하는지 등 공급망에 대한 세부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요청에 A기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알고 보니 A기업의 주요 고객사인 다국적기업 B사가 이 자료를 에코바디스에 요청했다고 한다.

혹여 거래가 끊길까 몇 개월 동안 데이터를 수집하고 제출하느라 고생했던 A기업 관계자는 “CSR(기업의 사회적책임)에 관련된 자료를 영업 현장에서 직접 요청받으니, 달라진 분위기가 체감됐다”며 “앞으로 지속가능보고서를 비롯한 CSR 정보 공개에 대해 어떻게 할지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코바디스는 전 세계 다국적 기업 대부분을 회원으로 둔 CSR 평가기관이다. 이곳의 검증을 거쳐 협력업체의 CSR 관련 사항을 점검하고 평가가 낮을 경우 거래를 끊는 기업도 많다. 특히 EU가 올해부터 500인 이상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CSR 정보 공개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는 상장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의무화해 이런 추세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글로벌 흐름에 크게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CSR 평가연구기관인 IGI(Inno Global Institute)와 함께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2015-2016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이하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현황을 분석한 결과, 기업 절반가량이 투명한 정보 공개를 꺼리고 있었다. 홈페이지에서 윤리 경영, 환경 정책, 상생(동반 성장), 지배 구조, 인권 등 CSR 관련 정보를 찾아보기 어려운 기업도 상당수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투명성 점수는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투명성과 이해관계자 소통이 기업의 생존 전략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속 가능 보고서 발간 시들?… 기업별 투명성 점수 ‘극과 극’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지난해 지속 가능 보고서를 발간한 곳은 58곳에 불과했다. 그중 삼성SDS·엔씨소프트·GS 등 38개 기업은 최근 5년의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칠성·기업은행·한진KPS 등은 2014년 이후 최근 내용을 담은 지속 가능 보고서를 발견하기 어렵다. 금호석유화학(2009년), 효성(2012년)처럼 보고서를 1회 발간하고 시도를 멈춘 기업도 눈에 띄었다. 삼성중공업·삼성전기·동부화재·BGF리테일·삼성엔지니어링 등 5개 기업은 2016년 내용을 담은 최근 지속가능보고서만 홈페이지에 공개해뒀다.

KT&G·한전KPS는 격년으로 보고서를 낸다. 2003년부터 지속 가능 보고서를 앞다퉈 내던 국내 기업들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 관계자들은 “보고서를 발간하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임직원은 물론 CEO조차 보지 않는 보고서를 왜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자조 섞인 반응을 보인다.

반면 현대차·KB금융·KT 등 5년간 꾸준히 지속 가능 보고서를 발간한 기업도 40곳에 달한다. 한온시스템과 오뚜기는 환경보고서를, 만도는 거버넌스(지배구조) 리포트를, LG전자는 지속 가능 보고서에 환경 보고서까지 별도로 발간한다. S-OIL은 지속 가능 보고서를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어서 소비자들이 언제든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윤석 IGI총괄대표는 “단순히 지속 가능 보고서 발간에 초점을 맞추면 효율성·효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업 내에서 CSR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개선해나가느냐가 핵심”이라며 “실제로 아시아 CSR 랭킹 기업을 보면 꾸준히 지속 가능 보고서를 발간하며 CSR 데이터를 개선해온 기업이 점수가 높았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사회공헌 정보만 공개… 소비자 접근성 높여야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지 않더라도, 홈페이지를 통해 CSR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보고서가 50~70페이지에 달해 가독성이 떨어지고, 보고서 파일을 PDF로 직접 다운받기까지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IGI가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CSR 데이터, IR 보고서, 사업 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83개 기업이 홈페이지에 ESG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개된 정보의 질은 기업별로 천차만별이었다. 대다수 기업이 홈페이지에 사회공헌, 윤리 강령에 국한된 정보만 공개하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지속 가능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는 기업에 국한되는 특징을 보였다. 농심·LS·영풍은 홈페이지에 사회공헌 정보만 공개했고, 네이버·삼성SDS·오리온 등은 홈페이지에서 사업보고서를 다운받아 면밀히 살펴봐야만 환경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어 접근성이 떨어졌다.

현대모비스는 홈페이지 메인 카테고리에 지속 가능 경영탭을 만들고 사회공헌 비용, 글로벌 1차 협력사 현황, 폐기물 사용량 등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데이터를 소비자들이 언제든 확인할 수 있도록 ‘쌍방향 소통 창구(Interactive charts)’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는 홈페이지 메인 카테고리에 지속 가능 경영탭을 만들고 사회공헌 비용, 글로벌 1차 협력사 현황, 폐기물 사용량 등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데이터를 소비자들이 언제든 확인할 수 있도록 ‘쌍방향 소통 창구(Interactive charts)’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반면 소비자들이 홈페이지에서 CSR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포그래픽과 영상을 활용하거나, 대중 참여를 높이는 소통 창구를 열어둔 기업도 눈에 띄었다. 현대모비스는 ‘쌍방향 소통 창구(Interactive Charts)’ 페이지를 마련, 사회공헌 비용·글로벌 1차 협력사 현황·폐기물 사용량 등을 선택하면 하단에 그래프와 표가 나타나 관련 데이터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LG전자는 지속 가능 보고서를 목차별로 다운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보고서 내용에 대한 독자 의견 설문 조사 탭까지 따로 마련했다. 한온시스템은 클릭 한 번으로 공장별 재활용 현황·에너지 효율을 높인 조명 효과 등을 포함해 성과별 사례를 그림과 수치로 실시간 공개한다.

한편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지만, 그 이상 데이터를 홈페이지에 공개한 기업도 많았다. 제일기획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카테고리를 만들고, 고객·임직원·환경 등 CSR 데이터를 그래픽으로 나타내 가독성을 높였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글로벌 금융기관 및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의 신뢰할 만한 ESG 정보가 부족해서 투자 자체를 꺼린다”면서 “CSR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소비자의 다양한 피드백을 수렴하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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