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2일(일)

한국 최고의 호텔, 기부금은 고작 매출 0.01%?

우리기업 사회공헌 현주소_ 호텔신라
금융감독원 자료엔 390만원에 불과… 호텔신라 “사랑의 기금 등 2억원 이상”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진 이후,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공헌에 나서 왔다. 하지만 아직도 활동이 시가총액 상위 50~60개 기업에서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외형적 성장에 따른 ‘의무 방어’성격이 짙은 셈이다. 더나은미래는 기업 사회공헌의 활성화를 위해 업종별 대표 기업들의 사회공헌을 들여다보고,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증진시키려는 시리즈를 시작하게 됐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호텔신라다. 편집자 주


 

호텔신라는“임직원의 재능을 살린 노력봉사활동에 중점을 두어 왔다”고 말했다. /이응종 기자
호텔신라는“임직원의 재능을 살린 노력봉사활동에 중점을 두어 왔다”고 말했다. /이응종 기자

호텔신라는 회사 홈페이지에 소개한 것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서비스 기업’이다. 작년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 때 VIP들이 호텔 신라에 투숙했다. 2001년엔 FIFA가 월드컵 VIP투숙호텔로 선정하기도 했다. 당연히 그 사회적 책임감도 남다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호텔신라의 홈페이지는 호텔신라를 ‘한국을 대표하는 호텔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우리의 사업이 사회적인 책임과 환경 변화에 균형을 맞출 수 있게 최선을 다 합니다’라는 문구도 있다.

그러나 이런 포부와는 달리 호텔신라가 보여주는 사회적 책임은 그 수준이 낮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호텔신라의 매출은 1조4522억원이다. 이 중 손익계산서상에 표현된 기부금 액수는 390만원에 불과하다. 입에 오르내리는 명품 가방 한 개 값 정도의 기부금 액수다.

취재에 나서자 호텔신라측은 “손익계산서에 표현된 기부금만을 사회공헌 금액으로 보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작년 한 해 임직원들의 참여로 ‘사랑의 기금’ 2억1000만원 정도가 조성됐고, 이와는 별도로 푸드뱅크 기부 실적이 손익계산서상에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에 근거해 다시 취재를 해본 결과, 2010년 호텔신라가 중구푸드뱅크에 기부한 음식을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4570만원가량의 추가 기부금이 있다. 그리고 2억1000만원가량의 ‘사랑의 기금’도 실제로 조성됐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 금액 전체를 호텔신라 법인이 지출하는 사회공헌 비용으로 보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사랑의 기금’ 2억1000만원 중 임직원 개인이 낸 돈, 고객들이 준 팁을 빼고 호텔신라가 회사 차원에서 낸 돈은 절반 수준이다. 종합해보면 호텔신라가 회사 차원의 사회공헌 비용으로 작년 한 해 사용한 액수는 현물을 합쳐 손익계산서상의 기부금 390만원, 중구푸드뱅크 기부금 4570만원, 사랑의 기금 1억원 등 1억5000만원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이는 당해 매출액 대비 0.01% 수준이다.

2009년 전경련 사회공헌 백서에 따르면 220개 회사의 사회공헌 평균지출금액은 매출액 대비 0.2% 수준이다. 그리고 전경련이 조사 기업의 최저 수준으로 밝힌 매출액 대비 0.02% 미만의 사회공헌지출을 하는 기업은 220개 기업 중 31개에 불과하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호텔신라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적 책임 등 비재무적 영역에서의 책임과 그 이행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에게 보고하는 보고서다. 특정 사회공헌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에 대한 의식과 이행 계획을 소비자나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기 위한 통로인 셈이다.

호텔신라는 “최근 몇 년간 회사의 외형이 급격히 커졌으나 아직 안정화 단계가 아닌 상황이었기에 사회봉사단을 중심으로 주로 임직원의 재능을 살린 노력봉사활동에 중점을 두어 왔다”며 “이사회 차원의 CSR위원회, 전사 CSR부서를 갖춰나가고 있는 상태로 향후 전사적인 경영전략 차원의 CSR 활동을 추진할 것이고 업계 선도 기업의 명성에 맞는 사회공헌 기금을 책정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텔신라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다운 사회공헌을 펼쳐 나갈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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