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본사랑재단’ 설립한 본죽 대표_’죽’ 한 그릇으로 전하는 한국인의 따뜻한 ‘정’

병원·아프리카… 아프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죽 기부
가맹점 1000여 곳·협력업체도 동참
본사 본아이에프도 수익 10% 기부
연세의료원에 의료선교기금으로 올해부터 10년간 총 10억 지원 예정

“약속을 지키는 것뿐입니다.”

2009년 6월 본사랑재단을 설립한 이후 남모르게 펼쳐 오던 선행을 더욱 체계적으로 펼치고 있는 본 아이에프㈜의 김철호(48) 대표, 최복이(46) 이사장이 말하는 ‘나눔의 이유’다. 대학 졸업 후인 1989년 단돈 100만원으로 서울에 올라온 부부는 사업 초반에 고생이 많았다.

“한 번은 기차 타고 대전에 있는 친척 집에 돈을 빌리러 갔어요. 자존심 때문에 정작 ‘돈’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거실에 앉아 있는데, 부엌에서 친척들 목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돈 빌리러 온 거 아니냐’, ‘한 번 빌려주기 시작하면 버릇 되니, 차비도 주지 마라’ 이런 얘기들이 들리는데, 너무 속상해서 그냥 뛰쳐나왔죠. 한 분이 따라 나와 차비 얼마를 쥐여 주시는데, 자존심은 상해도 그 돈이 아니면 서울로 돌아갈 방법도 없는 터라 받으면서 너무 속상했어요. 돌아오는 기차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오혜정기자_사진_사회공헌_본사랑재단_2011그렇게 울면서 최 이사장은 “앞으로 꾸는 삶이 아니라 베푸는 삶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돈을 벌게 되면 열심히 베풀며 살겠다”고 약속도 했다. 하지만 사업이 바빠지면서 그 약속은 잊혀지고 말았다. 1998년 외환위기로 당시 운영하던 사업이 부도를 맞으면서, 비로소 그 약속이 다시 생각났다.

“망하기 전 1~2년간 사업이 꽤 잘 됐거든요. 그러다 갑자기 망하니까 허망하기도 하고, ‘돈이 이런 거구나, 있다가도 사라지는 것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죠. 그리고는 옛날의 약속이 생각났습니다. 예전에 베풀며 살겠다고 약속하고서는, 사업이 꽤 잘 될 때에도 전혀 베풀지 않은 것이 말이죠.”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대학로에 노점을 차려 호떡을 팔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뒷골목에 죽 집을 차렸다. ‘이제부터는 꼭 베푸는 삶을 살기’로 다짐한 부부는 나눔도 시작했다. 인근 노숙자들을 비롯해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죽을 대접했다. 그렇게 시작한 죽 집이 이제는 성공한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본아이에프㈜는 ‘본죽’을 대표브랜드로 본비빔밥·본국수대청·본도시락 총 4개의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창업 만 6년 만에 전국 가맹점 1000호 점을 돌파하며 일본·중국·미국 등에 진출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외식산업박람회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참가하기도 했다(2009). 업계 최초로 대통령표창, 지식경제부 장관상도 수상했다(2010).

 김철호·최복이 부부는“국내외 곳곳의 굶주리는 사람들, 아픈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나누라고 죽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게 아닐까 싶다”라며 밝게 웃었다.

김철호·최복이 부부는“국내외 곳곳의 굶주리는 사람들, 아픈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나누라고 죽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게 아닐까 싶다”라며 밝게 웃었다.

본죽을 시작한 이래, 틈틈이 어려운 이웃에게 죽을 지원하는 등 나눔을 실천한 부부는 2년전 본사랑재단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나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얘기처럼, 원래는 기부나 자원봉사 등을 조용히 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왕 이웃과 사회를 위한 일인데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맹점주들이나 고객들이 함께할 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재단 설립을 결심했습니다.”

실제로 1000여 곳의 가맹점, 100여 곳의 협력업체 중 500곳 이상이 본사랑재단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매장 내 모금함을 설치하거나 지역사회 내 복지시설과 협력하여 죽을 기부하는 곳도 있고, 수익의 일정액을 재단에 기부하는 곳도 있다. 본아이에프㈜ 본사의 경우, 수익의 10%를 재단에 기부한다. 주로 어려운 이웃에 대한 죽 지원 사업, 소외·장애 아동청소년을 위한 장학사업 및 리더십, 조리사교육 등의 교육 사업을 진행한다.

부부의 나눔 활동은 재단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부터 10년간, 매년 1억씩 총 10억의 의료선교기금을 연세의료원에 기부한다. “작년 연세의료원 소아암센터에 죽을 보내준 적이 있는데, 의료원으로부터 몽골 의료선교에 쓸 기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정했다”는 김 대표는 “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이 큰 만큼,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갚아야 한다”고 결심의 배경을 설명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최 이사장은 “아프리카 저개발국가의 굶주리는 아이들과 산모들을 위한 영양 죽 보급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설렘 가득한 표정이었다. 인터뷰 내내 “저희보다 더 나누는 분들도 많고, 더 고생한 분들도 많은데 송구스럽다”며 조심스러워하던 김 대표는 “더 많이 나눌 수 있도록, 기업경영을 더 열심히 하겠다”며 웃었다. 본사랑재단이 한국의 음식인 ‘죽’을 통해 지구촌 곳곳에서 한국의 ‘정’을 나누길 함께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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