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비영리, 협업툴 이렇게 써라”…전문가 6인의 노하우 공개

 IT 전문가 6인이 말하는 ‘협업툴’

 
“처음에는 조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죠. 그런데 사용할수록 불편한 점이 보이더군요. 매번 업무와 일정을 따로 입력해야 하고, 업데이트 상황도 수시로 확인해야 하니까 개인 시간도 침해받는 것 같고요. 실제로 잘 쓰고 있는 기능은 이메일과 파일공유 정도인 것 같아요.”(A 비영리단체 실무자)

비영리단체에 ‘협업툴(Collaboration Tool·여러 명의 사용자가 함께 언제 어디서든 파일공유 및 편집, 메시지 교환 등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사무용 프로그램)’ 바람이 불고 있다. 더나은미래는 김대현 ㈜토스랩 CSO, 배진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정책·협력·법무실 과장, 양석원 디캠프 사업운영팀장, 이재흥 비영리IT지원센터장, 정재훈 구글코리아 선임정책자문, 조용상 콜라비 대표(이상 ‘가나다’순) 등 IT 전문가 6인과 함께 지면컨설팅을 실시했다.

 씨디자인_그래픽_협업툴_2016
   
 
◇개인용 메신저가 협업툴?…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오래, 잘 쓸 수 있어

더나은미래가 비영리IT지원센터·서울시NPO지원센터와 함께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전국 30개 비영리단체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관의 63.3%가 IT 협업툴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쓰는 협업툴은 구글앱스(89.5%, 복수응답)였다. 다음으로 많이 쓰는 협업툴은 카카오톡(78.9%)으로, 응답 기관 10곳 중 8곳이 “개인용 실시간 메신저를 업무에 활용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용 메신저와 협업툴을 분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인용 메신저와 업무용 협업툴은 엄연히 목적과 기능 면에서 구분되기 때문이다.

국산 협업툴 ‘콜라비’를 개발한 조용상 대표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업무의 경우, 비(非)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잔디(JANDI)’의 개발사인 ㈜토스랩의 김대현 CSO는 “익숙하다고 해서 개인용 메신저를 업무에 끌어오면 조작 실수나 내용 유출 등 휴먼에러(Human error)를 겪게 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협업툴 사용의 목적과 실제 활용에서의 미스매치(Mismatch)도 이어졌다. 협업툴을 활용하는 이유는 ‘정보와 자료의 공유(42.1%)’ ‘원활한 내부 소통(36.6%)’ ‘기타(10.5%)’ 등으로 다양했지만, 실제 직무에 잘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정보와 자료의 공유(78.9%)’가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57.9%는 “의사결정 과정에 협업툴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양석원 디캠프 사업운영팀장은 “시스템을 한 번에 바꾸려 하지 말고, 지금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 협업툴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더나은미래_그래픽_협업툴_비영리설문조사_2016
 

◇기술은 만병통치약 아냐, 근본적 문제 해결 위해 조직문화 뒷받침 필요

“일정 공유 기능이 있는 협업툴을 쓰고 있는데, 아직도 전화로 상대방의 스케줄을 확인해야 한다면 조직문화를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솔루션이 들어가도 대표의 일정은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면 업무 효율은 늘어날 수 없어요. 기술은 편리한 도구(Tool)일 뿐,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습니다.”(배진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정책·협력·법무실 과장)

비영리단체가 협업툴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일까. 응답자의 36.8%는 ‘구성원 간의 숙련도 차이’ 또는 ‘일부 구성원의 기존 방식 고수’를 언급했다. ‘업무 외 시간의 침해’를 토로한 응답자도 21%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기술보다는 조직문화의 문제’라고 풀이했다.

정재훈 구글코리아 선임정책자문은 “수십 년간 오프라인 보고체계를 유지해온 조직이 공유기반 보고체계로 전환하려면 형식적인 절차를 생략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비영리조직의 특성은 협업툴과 맞지 않는 것일까. 전문가들의 답변은 ‘아니요’다. 450여명의 자원봉사자와 스태프가 활동했던 런던 스페셜 올림픽팀은 구글앱스의 무제한 아이디 발행과 이용자 관리 기능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뉴질랜드의 비영리 단체인 플렁킷(Plunket)은 뉴질랜드 전역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이 사내 SNS인 ‘야머’를 사용, 커뮤니케이션 기록을 효과적으로 남겼다.

이재흥 비영리IT지원센터장은 “인력교체가 잦고, 한 사람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비영리조직의 특성상 협업툴을 통해 구성원 전체의 데이터를 통제·관리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모른다’고 해서 덮어두고 미루기보다는 익숙해지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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