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3일(월)

태평양 최악의 환경 재난…솔로몬군도, 한국 기업 포함 5곳에 1억 달러 배상 요구

“130년간 회복 어려운 피해”
기름 유출 6년만…韓 보험사 포함 5개 기업에 법적 대응

솔로몬군도 렌넬 섬 주민들이 2019년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의 책임을 묻기 위해 한국선주상호보험(KP&I) 등 5개 국제 기업을 상대로 1억 달러(한화 약 1조 34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솔로몬군도 정부와 렌넬 섬의 강가바 만 지역 원주민 대표 4명은 지난 1월 31일 솔로몬군도 대법원에 소송을 접수했다. 이들은 2019년 2월 발생한 선박 좌초 및 기름 유출 사고로 인한 환경·경제·사회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선박·광물 기업과 보험사 등 5개 업체의 법적 책임을 물었다.

솔로몬군도 정부와 렌넬 섬의 강가바 만 지역 원주민은 2019년 렌넬 섬 기름 유츨 사고에 책임이 있는 5개 국제 기업에게 1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 미국 국무부 홈페이지 갈무리

이번 소송은 솔로몬군도 역사상 최악의 환경 재해로 기록된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한 첫 법적 대응이다. 한국선주상호보험(KP&I), 홍콩 선주 킹트레이더 등 5개 기업이 피고로 포함됐다. 변호인단에는 솔로몬군도와 태평양 지역 변호사들뿐만 아니라, 영국 런던 소재 로펌 ‘도티 스트리트 챔버스’ 소속 인권 변호사들도 합류했다.

사고는 2019년 2월, 홍콩 소재 킹트레이더 소속 선박 ‘MV 솔로몬 트레이더’호가 악천후 속에서 렌넬 섬 강가바 만 암초에 좌초되면서 발생했다. 당시 배에서 유출된 300톤 이상의 중유가 해안선을 따라 6km 이상 확산되며 산호초와 해양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호주 공영방송 ABC는 “지역이 원상 회복되려면 13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수 세대 동안 어업에 의존해온 현지 주민들은 기름 오염으로 인해 생계는 물론 환경과 건강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사고 직후 솔로몬군도 정부는 호주·뉴질랜드 정부와 함께 기름 제거 및 선박 인양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주민들과 정부는 지난 6년 동안 사고 책임 기업들로부터 단 한 푼의 배상금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고 측은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 배상금 규모를 최소 3000만 달러(한화 약 400억원)에서 최대 1억 달러(한화 약 1조 3400억 원)로 추산했다. 특히 한국선주상호보험(KP&I)이 선박 소유주의 법적 책임을 대신 보상해야 한다며 1차적인 배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사고 당시 KP&I는 선박 소유 업체를 대신해 솔로몬군도 정부와 주민들에게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솔로몬군도 전 법무장관이자 현지 법률 대리인으로 참여한 프리모 아페아우 변호사는 “솔로몬군도 사람들에게 바다와 토지는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삶과 문화의 일부”라며 “이제는 강가바 만을 황폐화한 기업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때”라고 강조했다.

영국 로펌 도티 스트리트 챔버스의 하즈 나룰라 변호사는 “이 사건은 태평양 역사상 최악의 환경 재난임에도, 솔로몬군도 정부와 렌넬 섬 주민들은 6년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이번 소송을 통해 책임 있는 기업들이 반드시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가바 만 원주민 대표 토니 카고바이 씨는 “배가 좌초된 후 지난 6년 동안 우리가 먹는 물고기가 안전한지, 땅과 물이 오염되지 않았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며 “우리가 겪은 고통에 대해 반드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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