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이노소셜랩 보고서 발간
#1. 러쉬에는 특별한 뚜껑을 가진 로션이 있다. 바로 ‘채러티 팟(Charity Pot)’이다. 해당 제품군의 판매수익은 인권보호, 동물복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소규모 비영리 단체에 후원된다. 2013년 출시 이후 러쉬코리아는 약 24억 원을 160여 개 국내 캠페인에 지원했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현장이 만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던 채러티 팟은 지난해 9월, 기부금 1억 파운드(한화 약 1767억)를 돌파하며 단종됐다. 그러나 러쉬는 더 적극적인 후원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2. 나이키는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초록우산과 협력해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에 두 번째 ‘모두의 운동장’을 조성했다. 이 공간은 성별, 나이, 신체 능력과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은퇴 여성 선수들이 설립한 사회적기업 ‘위밋업스포츠’와 협력한 이 프로그램은 나이키의 ‘저스트두잇(Just Do It)’ 캠페인과 맞물려 사회공헌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이 사례들은 지난달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간한 ‘공익활동가 중심의 좋은 사회공헌 사례 조사 보고서’에 수록됐다. 이 보고서는 기업 사회공헌을 공익활동가의 시각에서 분석한 첫 시도로, 추천위원회가 선정한 우수 사례를 담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기업의 입장뿐만 아니라 협력 관계에 있는 공익활동가의 관점에서도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보고서는 러쉬의 ‘채러티 팟’과 나이키의 ‘모두의 운동장’ 외에도 유한킴벌리의 ‘여성NGO 장학사업’, 카카오모빌리티의 ‘기브셔틀’, 한국에자이의 ‘기업사회혁신’ 등 다섯 가지 우수 사례를 소개했다.
좋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특징으로는 ▲사회적 가치와 기업 가치사슬을 결합한 이중중대성 추구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 ▲(사회공헌 영역으로 여겨지지 않던) 비전통적 영역에서의 새로운 시도 ▲기업의 철학 및 일하는 방식의 포용성과 진정성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공익활동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와 이노소셜랩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31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조사에서, 공익활동가들은 사회공헌 프로그램 운영 과정보다 기업의 태도와 책임의식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사회공헌의 ▲태도와 책임의식 ▲운영 과정 ▲결과 등 세 가지 항목에 총점 100점을 나누어 평가하도록 한 결과, ‘사회에 대한 기업의 태도와 책임의식’이 평균 44.5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 경험에 대한 응답은 달랐다. 공익활동가들은 기업이 ‘프로그램의 결과(37.6점)’에 가장 충실한 것으로 체감했다고 답해,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노소셜랩의 고대권 대표는“기업의 ESG 경영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공익활동가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시도는 매우 중요하다”며 “진정한 사회공헌은 협력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