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아동이 직접 작성한 기후 정책 15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동들의 몫인데 정작 아동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들은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아동의 일은 아동이 가장 잘 아는 만큼,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김성아 세이브더칠드런 서울지역본부장)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에너지드림센터에서 제21회 대한민국 아동총회 서울 지역대회가 열렸다. 만 10~15세 아동 40여 명이 모여 기후위기 속 아동의 권리에 대해 토의하고 정책 결의문을 만들었다.

제21회 대한민국 아동총회 서울 지역대회에 참여한 아동이 직접 만든 종이 피켓을 보여주고 있다. /채예빈 기자

대한민국 아동총회는 전국 아동 대표들이 모여 아동과 관련된 사회문제를 나누고 정책에 대해 건의하는 자리이다. UN 아동권리협약 제12조에 명시된 아동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해 2004년에 처음 개최됐다. 올해 주제는 ‘기후변화와 아동의 위기의식’이다.

아동총회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별로 개최되는 지역대회와 전국대회로 나뉘어 진행된다. 만 10세부터 15세 아동이 참여 대상이다. 지역대회에 참가한 아동들은 모둠 토론을 거쳐 직접 지역 결의문을 작성하고 아동대표를 선출한다. 각 지역 아동대표는 전국대회에 참석해 제21회 총회 최종 결의문을 채택한다.

아동들은 아동 당사자가 마주하고 있는 기후위기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눴다. 8개로 모둠을 나눠 ▲기후 변화 속에서 아동의 몸과 마음의 건강 ▲기후 변화 속에서 아동에게 안전한 학교(교육) 환경 ▲기후 변화 속에서 아동에게 필요한 환경 교육 ▲기후 변화에 대해 아동이 참여할 방법 등 네 개 주제 중 한 가지를 골라 모둠 토론을 했다.

제21회 대한민국 아동총회 서울 지역대회에 참여한 아동이 조별 정책 결의문을 작성하고 있다. /채예빈 기자

아동들은 먼저 각 키워드와 관련된 신문 기사를 읽고 아동권리를 위협하는 환경 문제를 메모지에 적어보았다. 큰 종이에 붙인 문제점 메모지들을 보며 해결 방법을 함께 고민했다.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문제에 ‘맛있는 급식 메뉴를 늘려 잔반이 덜 나오게 한다’는 방법이 도출됐다.

문제의식에 구체성을 더해 정책으로 만들고 발표했다. 해결의 주체는 누구인지, 활동 빈도는 얼마나 되는지 등 해결책에 살을 붙였다. ‘학교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배우고 싶다’는 바람은 ‘교과서에 기후변화 단원을 만들어 문제점을 알려주세요’라는 정책 건의가 됐다. 8개의 조에서 나온 의견을 취합해 정책 결의문이 만들어졌다.

서울 지역대회에서는 15개의 정책 결의문이 채택됐다. 대표적으로 ▲학교는 여름철 학교 운동장에 시원한 쉼터와 세면대를 설치해 주세요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상황이 오기 전에 부식된 물품을 점검·교체해 주세요 ▲학교에 기후 교육 전문 교사를 배치해 주세요 ▲기후변화 어린이 대회를 개최해 아동이 참여하도록 해주세요 등이 있다.

제21회 아동총회 서울대표로 뽑인 6명의 아동이 이용성 서울에너지드림센터장 겸 서울시환경교육센터장에게 정책 결의문을 전달하고 있다. /채예빈 기자

전국대회에 참가할 6명의 서울 대표도 선발했다. 13명이나 지원할 정도로 아동 참정권에 대한 아동의 관심은 높았다. 투표로 선출된 서울 대표는 전국대회에 참가해 서울 지역대회의 정책 결의문을 전달하고, 타 지역 아동대표와 함께 최종 결의문을 채택한다. 서울대표들은 이용성 서울에너지드림센터장 겸 서울시환경교육센터장에게 정책 결의문을 전달했다.

아동총회 서울 지역대회 참가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 뿌듯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예빈(한강중 1학년) 양은 “친구들과 노는 것처럼 재미있게 생각을 나눴는데 그러면서 우리에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며 “앞으로 아동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의견을 낼 수 있는 자리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제21회 대한민국 아동총회 서울 지역대회에 참여한 자매 이예빈(한강중 1학년) 양과 이예솔(서빙고초 4학년) 양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짓고 있다. /채예빈 기자

작년에 이어 2년 째 아동총회에 참가하고 있는 유아인(교동초 6학년) 양은 “기후위기에 대한 여러 의견을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우리가 오늘 낸 의견이 직접 정책에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용성 센터장은 “아동들이 앞으로 살아갈 터전인 지구와 환경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 자리에서 전달 받은 정책들을 서울시에 제안하고 서울시 환경교육센터가 담당할 수 있는 사업은 직접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대회는 8월 6일부터 8일까지 2박 3일로 열린다. 국회에서 개회식을 한 뒤 국제청소년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최종 결의문은 정부 부처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날에는 ‘아동의 발달권 보장’을 주제로 노키즈존 철폐와 예체능 교육 강화 등을 제안한 작년 결의문에 대한 각 부처의 이행 결과도 소개된다.

대한민국 아동총회 서울 지역대회에서 도출된 기후 정책 15선

1. 서울시의 모든 버스를 전기버스로 교체해주세요.
2. 온실가스를 줄이는 사업을 진행해주세요.
3. 각 학교에 기후위기로 발생한 해충방역을 실시해주세요.
4. 기후변화로 인한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안전요원을 배치해주세요.
5. 버릴 음식물을 줄일 수 있도록 아동이 좋아하는 급식을 만들어주세요.
6. 여름철 운동장에 시원한 쉼터와 절수세면대를 설치해주세요.
7.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상황이 오기 전에 부식된 물품을 점검·교체해주세요.
8. 교과서에 기후변화 단원을 만들어 문제점을 알려주세요.
9. 학교에 기후 교육 전문 교사를 배치해주세요.
10. 연령에 맞는 다양한 방식의 기후변화 교육을 해주세요.
11. 자전거 교육을 실시해 자전거 사용이 보편화되도록 해주세요.
12. 분리수거 캠페인을 실시하고 기계를 설치해주세요.
13. 기후변화 어린이 회의를 개최해 아동이 참여하도록 해주세요.
14. 기후변화에 대한 의견함을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설치해주세요.
15. 학교에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위한 동아리를 만들어주세요.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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