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이 내일부터 시행되는 출생통보제를 두고 성명서를 통해 제도에서 외국인 아동이 배제된 것을 지적했다. 모든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19일부터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시행한다. 부모에게만 신고 의무가 있는 이전 출생 신고제와 달리, 아이가 태어나면 분만에 관여한 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 사실을 국가기관에 즉시 통보하는 제도다. 보호출산제는 임산부가 익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진료 및 출산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제도다.
출생통보제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미등록 아동의 출생을 국가가 인지하고 돕기 위해 도입됐다. 작년 감사원의 보건복지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출생신고가 되지 않고 임시신생아 번호로 살아간 아동은 6179명에 달한다.
해당 기간 출생 미등록 아동의 65%인 4026명은 보호자가 외국인이다. 과반이 외국인 아동이지만, 이번에 시행되는 출생통보제 대상에선 외국인 아동이 빠졌다.
이를 두고 세이브더칠드런은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제를 도입해 외국인 아동을 차별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성명서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은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조에 따라 국가는 어떠한 차별 없이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장해야 한다”며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는 모든 외국인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안’ 또한 소관 부처 간의 의견 조율이 늦어져 폐기되었다”면서 “그 사이 생일도 없이 임시 숫자로만 살아갔을 수많은 외국인 아동의 삶을 우리 사회는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당사국으로 모든 아동의 존엄한 삶의 시작을 보장할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짚어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
성명서 전문 출생통보제는 모든 아동을 보호하지 않는다 출생통보제가 곧 시행된다. 지난해, 감사원의 보건복지부 감사 기간 조사한 6,179명의 출생 미등록 아동의 그늘진 삶에 대한 사회적 공분으로 이루어진 변화이다. 국가가 아이의 존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아이는 위험에 처한다. 태어나 한 번도 학교를 가지 못한 아이의 삶부터 부모에 의해 유기되거나 살해된 아이의 삶을 우리는 슬픔으로 목도했다. 정부는 출생통보제를 차질 없이 시행해 이제라도 아이들이 지나온 고통이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출생통보제는 모든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의료기관에 출생 통보 의무를 부여하는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미등록 이주아동 등 외국인 아동의 출생신고를 배제하고 있다. 2015년에서 2022년 사이 임시신생아번호로 살아간 아동의 65%인 4,026명은 보호자가 외국인인 아동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출생 미등록 아동 보호 체계 개선 추진단’ 회의를 통해 4,000여 명이 넘는 이 아이들의 소재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 결과 발표는 9개월째 미뤄지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안」 또한 소관 부처 간의 의견 조율이 늦어져 폐기되었다. 그 사이 생일도 없이 임시 숫자로만 살아갔을 수많은 외국인 아동의 삶을 우리 사회는 외면했다. 정부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당사국으로서 모든 아동의 존엄한 삶의 시작을 보장할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조에 따라 국가는 어떠한 차별 없이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장해야 한다.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는 모든 외국인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빛이 되는 아이들을 부모의 법적 지위나 신분 때문에 그림자로 살게 하는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대한민국에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의 도입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권고는 10년이 넘도록 반복되고 있다. 이 부끄러운 시간 동안 외국인 아동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위태롭게 살아왔다. 모든 아동은 아동이다. 삶의 첫 순간부터 차별을 경험하는 외국인 아동에게 이제라도 아동이라면 누려야 할 기본권을 돌려줘야 할 것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정부와 국회가 조속히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제를 도입해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삶을 온전히 존중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