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연령, 성별 다양성 떨어지는 한국 비영리 이사회… 바람직한 거버넌스 고민해야

비영리 조직 이사회의 구성 및 운영과 조직의 재무 책무성을 논의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는 지난 14일, 아메리칸디플로머시하우스에서 ‘거버넌스와 재무적 책무성’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비영리 조직·공익법인 관계자, 학계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노연희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비영리 조직의 거버넌스란 조직의 목표 달성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관리 체제를 의미한다. 좁은 의미로는 이사회의 구성과 활동을 말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이사회와 실무진의 소통까지 포함한다. 이사회는 조직을 경영하고 관리·감독하는 주체인 만큼, 이사회의 역할은 중요하다.

책무성은 조직을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운영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회계의 투명성을 다루는 재무적 책무성이 자주 논의된다. 비영리 조직은 기부자와 대중에게 돈을 얼마나 모으고 어떻게 썼는지 알리고, 정부의 회계 공시에 충실히 따라야 한다. 재무적 책무성은 조직의 신뢰도와 연결된다.

오전 세션에서는 이영주 인디아나대학교 릴리 패밀리 스쿨 오브 필란트로피 교수가 거버넌스와 재무적 책무성의 이론을 풀이하고 미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영주 교수는 “한국에 비해 미국 이사진이 성별, 연령, 직업 구성 등에서 모두 다양하다”며 “한국도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 조직에서 여성 이사는 전체의 48%를 차지하지만, 한국의 비영리 이사회에서 여성 비율은 23%에 불과하다. 연령 분포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50~60대 이사의 비중이 57% 수준이지만, 한국에서는 90%에 달한다.

이영주 교수는 “미국 비영리 조직은 사업이 높은 수익원”이라면서 “다양한 서비스 및 제품을 판매해 운영 자금을 충당한다”고 전했다. 유방암 피해자 지원과 인식 개선에 앞장서는 수잔 지 코멘 재단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1990년부터 재단은 MLB, 아메리칸 에어라인 등 기업들과 함께 재단 상징색인 분홍색을 활용한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활발하게 내놓고 있다. 재단은 이를 통해 기업으로부터 개런티도 받고, 홍보 효과도 거뒀다. 이영주 교수는 “한국의 비영리 조직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수입원을 넓힐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은 오후 세션에서 아름다운재단 사례를 들어 한국 비영리 재단의 거버넌스 현실에 대해 말했다. 아름다운재단이 이사회의 적극성 도모, 경영진 및 이사회 관리 체계 마련, 이사회 다양성 확보를 위해 들인 노력과 성과에 관해 설명했다.

아름다운재단은 구성원 간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사진간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소통하고, 이사회 자료도 회의 전 미리 전달해 관심을 높였다. 그 결과 2016년 50% 수준이던 이사회 참석율은 2023년에 70%를 넘었다. 아름다운재단은 이사진 중 40대 여성이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2020년 소라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상교수를 이사로 초빙했다.

김진아 사무총장은 “한국 이사회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조직의 모든 주체가 함께 변화를 만들기 위해 도전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보장하는 방법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노연희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한국 비영리 조직 이사회에서는 직업군이 한쪽으로 쏠린 경우가 많다”며 “연령, 직업 등 다양성을 높이는 방식의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 장윤주 아름다운재단 연구사업팀 연구원은 “해외 비영리 조직에서는 거버넌스의 질을 위해 이사회 자기 평가와 동료 평가를 한다”며 “한국 문화에 다소 잘 맞지 않을 수는 있지만 각 조직 차원에서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