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글로벌 지속가능성 담당 임원 닛타 유키히로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약 10%를 차지한다. 면화 한 벌을 제작하는 데 물이 약 2700리터 필요하다는 세계 물위원회의 연구 발표도 있다. 한편 소비자들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2020년 영국 및 독일 소비자 2000명을 설문 조사한 바로는, 57%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라이프스타일을 크게 바꿨다고 응답했다. 2022년 MZ세대 소비자 889명 조사에서도 25%가 중고품을 구입하거나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등 친환경 소재로 만든 의류를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패션 기업의 지속 가능성 전략은 얼마나 준비됐을까. 지난 7일, 더나은미래는 유니클로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글로벌 지속 가능성 담당 임원인 니타 유키히로(Nitta Yukihiro)를 인터뷰했다.
―2019년 미국의 대기업 협의체인 BRT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선언하면서 기업의 목적에 대한 관점이 전환됐지만, 여전히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활동은 비용이라는 인식도 있습니다.
“사내에서도 비용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의는 항상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투자 관점으로 접근합니다.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새로운 상품 서비스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고, 종업원의 자긍심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브랜딩 자산으로도 볼 수도 있습니다.”
―지속 가능성이 또 다른 사업 기회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인가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 가운데 혁신적인 성과가 창출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가운데 재활용 소재를 개발할 수 있었죠. 특히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요구가 변화하고 있어요. 고객들은 이 상품이 어디에서 원자재가 조달되고, 어떤 환경에서 생산되고, 운송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인권이나 환경 보호는 잘 되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추적성(Traceability)’에 힘을 쏟는 이유죠. 단, 품질과 가격을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주요 방침입니다.”
유니클로는 2016년, 청바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환경 영향을 줄이고자 미국 LA에 청바지 전문 R&D센터 ‘진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오존 가스 세정’과 공기 중 미세 물입자를 활용한 ‘나노 버블 세정’이 가능한 워싱 머신을 도입해, 마무리 가공 공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양을 최대 99% 절감했다고 밝혔다.
―공급망의 투명성은 친환경 전략과 연관이 깊군요.
“현재 생산 공정에 해당되는 공급망은 모두 추적성이 확보돼 있습니다. 봉제, 천, 실 등 모두 원산지와 원재료를 특정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각 나라에서 견고한 생산 기반을 갖춘 공장들과 거래하면서, 이산화탄소, 화학물질 배출량, 물 사용량 등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는 이산화탄소를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20%가량 감축할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성 전략의 한 축으로 사회 공헌 활동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사 차원의 사회 공헌에 대한 철학과 전략은 무엇인가요.
“한국을 비롯해 각 나라마다 여러 사회문제가 있습니다. 기업은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질적으로 각 나라에서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사각지대가 무엇인지 모색합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서 느린 학습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부분을 알게 됐습니다.”
지난 7일, 유니클로는 느린 학습 아동의 교육 지원을 위한 ‘천천히 함께’ 2차 연도 캠페인을 출범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이들과미래재단에 10억원을 기부했다. 협약식 날에는 니타 유키히로 임원뿐 아니라 1차 연도 사업에 참여한 복지관 관계자, 멘토, 학부모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성과를 나눴다. 1차 연도 사업에 참여한 아동의 기초 학습 능력(언어, 수리, 탐구) 수준은 백분위 점수가 18.12%(100명 중 82등 수준)에서 종료 후에는 49.31%(100명 중 51등 수준)까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천천히 함께’ 캠페인의 성과를 무엇으로 보시는지요.
“캠페인 전후로 진행한 객관적 조사와 검증 결과가 유의미했습니다. 은퇴한 교사가 멘토로 활동하는 등 세부 프로그램도 잘 설계된 것 같습니다. 멘토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걸어가 수 있어 자긍심을 느꼈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데, 소위 따뜻한 마음과 냉철한 판단(Warm heart, Cool head)이라고 하죠. 이 두 가지가 모두 갖춰진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김경하 더나은미래 기자 noah@chosun.com
정리=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