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서식지를 잃은 남극 황제펭귄들이 번식에 실패하면서 금세기말에는 준멸종 상태에 처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남극연구소(BAS)의 피터 프렛웰 박사팀은 24일(현지 시각) 과학저널 ‘지구·환경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한 연구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는 지난해 남극 벨링하우젠해 중부와 동부에 있는 황제펭귄 서식지 5곳 중 4곳에서 해빙이 사라져 새끼들이 전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 내용이 담겼다. 연구팀이 황제펭귄 서식지가 있는 지역의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부화한 새끼 펭귄들의 방수 깃털이 발달하기도 전에 번식지에서 얼음이 사라진 것이다.
황제펭귄은 4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약 10개월간 해안가에 붙은 해빙에서 생활한다. 산란 시기는 5~6월이다. 알은 평균 65일 후에 부화하지만, 12~1월은 돼야 새끼들이 완전한 깃털을 갖게 된다. 새끼들이 깃털을 갖기 이전에는 물에서 수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생존하기 위해선 단단한 해빙이 필요하다.
문제는 해빙이 전례 없는 속도로 녹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남극 해빙 면적은 1981~2022년 중앙값(1790만㎢)보다 220만㎢ 줄어든 상태다. 사라진 해빙 면적은 영국 영토의 약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로스차일드 섬, 베르디 입구, 스마일리 섬, 브라이언반도, 프로그너 포인트 등 황제펭귄 서식지가 있는 남극 반도 서쪽 벨링하우제해 중부·동부 지역의 해빙이 가장 많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지난 2018~2022년 남극 황제펭귄 서식지 62곳 가운데 30%가 영향을 받았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피터 프렛웰 박사는 “황제펭귄이 한 시즌에 이 정도 규모로 번식에 실패한 사례는 처음 본다”며 “남극 지역의 해빙이 사라지면 부화한 새끼 펭귄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황제펭귄은 얼음이 사라지면 이듬해 해빙이 더 안정적인 지역으로 이동해 왔으나 남극 전체의 해빙 서식지가 영향을 받는다면 이 전략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현재 온난화 속도가 지속하면 황제펭귄은 금세기 말까지 90% 이상의 서식지에서 준멸종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펭귄 서식지가 있는 벨링하우젠해에서는 지난 4월 말에야 다시 해빙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BAS의 제러미 윌킨슨 박사는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빙 손실과 생태계 소멸의 연관성을 극적으로 보여준다”며 “이는 정치인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또 다른 경고 신호”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