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난민정책 둘러싼 갈등으로 유럽 각국 분열

유럽 각국이 ‘난민 수용’을 두고 분열하고 있다. 이달초 네덜란드에서 난민정책을 둘러싼 갈등으로 연립정부가 해체됐고, 난민 비용을 공동 부담하자는 내용의 EU 공동성명 채택은 무산됐다.

유엔난민기구에(UNHCR) 따르면, 지난해 유럽으로 유입된 난민은 1240만명이다. 이 중 우크라이나 난민이 580만명으로 절반에 달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해 2월, 독일 기차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해 2월, 독일 기차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국가는 독일과 폴란드다. 올해 3월 기준 독일은 103만4600명, 폴란드는 99만3800명을 보호 중이다.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는 ‘반(反) 이민 정서’가 퍼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초기에는 난민에 대한 시선이 온정적이었지만, 겨울 유럽 전역에서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서 ‘난민을 도울 여력이 없다’는 여론이 우세해졌다.

15일(현지 시각) 영국 매체 스펙테이터에 따르면 폴란드의 보수성향 집권 여당인 ‘법과 정의당’은 EU 회원국이 난민을 의무적으로 나눠 받도록 하는 EU의 난민정책에 대해 오는 10월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유럽연합은 ‘신 이민·난민 협정’을 잠정 합의했다. 난민 신청자를 회원국 인구와 경제 규모에 따라 나눠 수용하게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수용을 거부하는 국가는 난민 1인당 2만 유로(약 2800만원)의 기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달 초 폴란드와 헝가리가 공동성명 채택에 반대하면서 합의는 무산됐다.

폴란드 의회는 지난 6월 EU의 난민정책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결의안에는 “폴란드가 다른 EU 회원국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한 사회적, 재정적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독일에서도 ‘반(反) 난민’ 구호를 외치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약진하고 있다. AfD는 2013년 창당 후 처음으로 기초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달 초 기준 AFD 지지율은 20%로,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28%)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13년 창당 이래 최고 수준이다. AFD는 2017년 이주민 수용에 강력히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인 후 처음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지난 10일 ‘난민문제’로 의견이 충돌해 연정이 붕괴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지난해 4만6000명이 망명을 신청했다. 올해는 7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수 성향의 자유민주당(VVD) 소속 마르크 뤼터 총리는 “난민 입국을 매달 200명으로 제한하고, 아동을 데려오려고 할 경우 최소 2년을 기다리도록 하자”는 강경 정책을 제안했다. 그러나 중도 우파인 기독민주당(CDA), 중도 성향 기독교연합(CU), 진보 성향 D66 정당이 “가족을 해체할 수 없다”며 반대해 결국 연정은 무너졌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극우 정당 복스(Vox)가 중도 우파 국민당(PP)과 손잡고 압승을 거뒀다. 오는 23일 총선을 앞두고는 국민당이 지지율 34%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지난해 10월 극우정당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취임했으며, 핀란드에서는 지난 4월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극우인 핀란드인당 등 3개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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