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청소년 엄마’ 절반 이상이 우울 위험군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산후우울증과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스트레스, 경제적 어려움 등이 겹치면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청소년부모의 정책소외 실태 및 정책개발’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 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지난해 6월 2일부터 8월 5일까지 자녀를 둔 만 24세 이하 여자 청소년 1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FGI(포커스 그룹 인터뷰) 등 실태조사를 시행한 결과를 분석했다.
한국어판 우울척도(CESD-11)를 활용해 측정한 결과 청소년 엄마 중 우울 위험군은 전체 응답자의 61.4%를 차지했다. 만 25~34세인 ‘청년 엄마’(13.7%)의 약 5배에 달하는 비율이다. 청소년 엄마의 우울정도 평균점수는 18.6점으로 청년 엄마(7.8점)의 2배가 넘었다. 16점이 넘으면 우울위험군에 속한다. 이들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고립과 사회적 편견, 산후우울증 등으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적 고립감은 더욱 심화됐다. 또 임신·출산 과정에서 미성년 연령상의 한계로 병원비, 생활비 등을 지원받기 어려워 경제적 위기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경제 상황도 열악했다. 청소년 엄마의 41.6%는 채무가 있었다. 평균 채무액은 2756만8000원이었다. 청소년 엄마가 속한 가정의 78.2%는 외벌이였고, 12.9%는 벌이가 따로 없었다. 일자리가 있다는 응답자의 53.3%는 비정규직, 시간제 근로를 하고 있었다. 거주 형태는 57.3%가 보증금 있는 월세로 거주하고 있었고 전세인 경우는 24.0%, 자가는 12.0%였다. 주거비를 마련하지 못해 부모님, 또는 다른 가족과 함께 사는 비율은 약 20%였다. ‘청년 엄마’ 중에서는 전세로 거주하는 경우가 47.4%로 가장 많았고, 자가는 33.5%, 보증금 있는 월세는 16.4%를 차지했다.
정부 지원 정책 중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는 청소년 부모가 지원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지원 항목이 다양하고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렵고, 신청 과정도 복잡하다는 고충도 있었다.
청소년복지 지원법에 따르면 청소년 부모는 부와 모 모두가 만 24세인 경우가 해당한다. 연구진이 2020년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 또는 모가 만 24세 이하인 가구 수는 총 2만6210가구로 추정된다. 이중 부모 모두가 청소년인 가구는 7876가구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부모 가구에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의 양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현행법에 근거해 부모가 모두 만 24세인 가구만을 청소년 부모 가구로 본다면, 약 1만8000여 가구는 정책적 지원으로부터 배제된다.
연구진은 “청소년 부모를 ‘자녀를 양육하는 초기 청년’으로 규정하고 포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그래야 청소년 한부모, 청년 한부모, 청소년 부 혹은 모 모두에게 사각지대와 차별 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세부 규정을 통해 이들에게 추가적인 특별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로서 행정적, 법률적 지위를 부여하고 혼인신고와 전입신고 등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주소지 기반 사회서비스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고, 후기 청소년으로서의 발달과 자립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