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중심 경제’ 운동하는 에런 허스트
미국서 ‘PE USA 100인’ 선정 – 전기차 개발 테슬라 CEO 등 홈페이지에서 추천받아
가치 중심 실행한 100人 발표… 현재 아시아·유럽도 진행 중
세계 곳곳의 혁신 사례 엮어 큰 흐름 만들고 시너지 기대
2001년 설립된 탭루트 재단(Taproot Foundation)은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프로보노(probono·재능 기부)’ 바람을 일으킨 주역이다. 경영, 회계, 법 자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비영리 단체들을 연결해왔다. 탭루트 재단이 지난 13년간 연결한 프로보노 서비스 시장은 1억2700만달러(약 1355억원)에 이른다. 에런 허스트(Aaron Hurst·사진)는 탭루트 재단을 만들고 이끌어 온 주인공이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영리 50인'(아쇼카 선정)으로 꼽히기도 한 그는 올 1월, 탭루트 재단의 CEO 자리를 떠났다. 지난해 7월 설립한 소셜벤처 ‘임페러티브(Imperative)’에서 ‘가치 중심 경제(Purpose Economy·이하 PE)’ 철학을 퍼뜨리는 운동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지난 1월에는 미국 내 ‘PE 100인’을 선정, 발표하기도 했다. 오는 6~7월쯤 아시아 지역의 PE 100인을 선정, 발표할 예정인 그를 지난 14일, 스카이프를 통해 인터뷰했다.
―’가치 중심 경제(Purpose Economy)’란 무엇인가.
“테슬라(Tesla)의 CEO인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전기 자동차를 통해 전통적인 자동차 시장을 혁신한 인물이다. 전기차를 개발하고 디자인 혁신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기차가 ‘멋진 것’으로 인식되게 했다. 또한 핵심 부품들을 경쟁자들에게 판매해서 전기차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게 만들어, 경쟁을 통해 전기차의 가격을 낮추고 제품 경쟁력을 높였다. 단순히 차를 생산하고 판매해 돈을 버는 것 이상으로, 환경 친화적인 전기차 시장을 형성하고 기존 석유 자동차 시장을 혁신한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흐름이 경제를 움직이고 있다. 과거엔 단순히 물건을 만들고 서비스나 정보를 제공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만이 경제를 좌우했다면, 이제는 ‘그것을 통해 사회에 어떤 가치(meaning)를 더하는가’를 중시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치 중심 경제’로 옮겨가고 있다. 10여년간 프로보노 운동을 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기존 사회·경제를 혁신하는 사람들을 목격했다. 지금까지 개개인 전문가가 프로보노 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도왔다면, 이제는 거시적 차원에서 큰 흐름을 소개하고 변화를 가속하고자 ‘가치 중심 경제’ 철학을 퍼뜨리는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올해 초, 미국의 ‘PE USA 100인’을 선정, 발표했다. 어떤 이들인가.
“1980년에 최초의 유기농 수퍼마켓 체인점 ‘홀 푸드 마켓 (Whole Food Market)’을 설립한 존 매키(John Mackey)도 그 중 한 명이다. 유기농 전문 수퍼마켓은 소비자들이 유기농·친환경 제품을 더욱 쉽게 접하게 했고, 더 많은 생산자도 친환경 농법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는 기존 유통망에도 혁신을 가져왔다. 월마트와 같은 대형 마트에서도 ‘유기농’ 제품을 갖추게 한 것이다. 가게 하나로 시작한 홀 푸드 마켓이 현재 미국, 캐나다, 영국 전역에 걸쳐 300개 이상의 지점을 가진 대형 체인으로 성장하면서, 기존 식품 유통산업을 변화시켰다. 이 외에도 미국 내 교육을 혁신하는 웬디 콥(Wendy Kopp)이나, 보건 의료 분야를 혁신하는 새로운 기술 개발을 지원해 온 멜린다 게이츠(Melinda Gates) 등도 선정됐다.”
―100명을 선정한 절차가 궁금하다.
“우선 사이트를 통해 공개적으로 인물 추천을 받았다. 이후 리서치 팀에서 각각의 인물들이 한 일들을 조사하고 그들이 미친 영향력과 범위, 분야 등을 고려해 100명을 선정했다. PE USA 100인을 선정하는 데 4개월 이상이 걸렸다. 현재 아시아 및 유럽에서도 ‘가치 중심 경제’에 부합하는 100인을 선정을 위한 공개 추천과정이 진행 중이다. 추천을 받은 이후 검증 절차를 거쳐 6월 초에 공개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매년 각 지역에서 100인을 선정할 계획이다. 아시아, 유럽, 미주 국가별로, 또 국제적으로 이들이 모일 수 있는 ‘장’을 만들 것이다.” (PE 아시아 100인 인물 추천은 http://purposeeconomy.com/pe-100-asia-nomination/에서 가능하다)
―PE 100인을 선정하는 이유와 의미는 뭔가.
“세계 곳곳에서 사회적기업가나 혁신가들의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이들을 묶어 ‘큰 그림’을 보여주는 시도가 없었다. 다양한 인물들의 혁신 사례들을 엮어 보여준다면, 새로운 흐름이 더 명확해질 것이다. 또한 이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만으로도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