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공급사가 ‘강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발판 마련

포스코 공급사 동반성장 지원 사업

경남 김해에 있는 대동중공업은 매출 3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이다. 철강 제조 공정에서 쇳물을 굳힌 슬래브(slab)와 같은 반제품을 만드는 ‘연주 공정’의 핵심 부품을 만든다. 쇳물은 ‘레이들(ladle)’이라는 용기에 담아 운반된다. 이 레이들을 회전·이동시키는 철구조물인 ‘레이들 터릿(Ladle Turret)’을 대동중공업이 생산한다. 레이들에 담긴 쇳물은 모래로 만든 틀(몰드·mold)에 부어 슬래브로 만드는데, 이때 슬래브를 일정한 속도로 뽑아내는 설비인 ‘가이드 롤러(Guide Roller)’도 만든다.

특히 지난 2020년에는 강판을 만들 때 일정한 품질과 형상을 유지하는 ‘연주 세그먼트 롤 갭(Segment Roll Gap) 조정 장치’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그간 일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철강 핵심 장치를 국내 기술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철강사인 포스코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 이는 대동중공업의 매출 확대로도 이어졌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대동중공업은 독일 철강 엔지니어링 기업인 ‘SMS그룹’에 납품하면서 글로벌 철강 설비 공급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포항제철소의 이경재(맨 왼쪽) 명장이 포스코와 협력사 직원들에게 설비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15년부터 매년 철강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현장 직원을 ‘포스코 명장’으로 선발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항제철소의 이경재(맨 왼쪽) 명장이 포스코와 협력사 직원들에게 설비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15년부터 매년 철강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현장 직원을 ‘포스코 명장’으로 선발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이러한 기술력의 배경에는 포스코의 공급사 동반 성장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 2005년 시작된 ‘PHP(POSCO Honored Partner) 공급사 제도’가 대표적이다. 포스코는 설비·자재 등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을 매년 40여 곳 선발해 강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수 공급사 선발은 품질, 납기, 가격 경쟁력 등 기존 거래 실적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환경, 안전, 사회 공헌, 공정 거래 실천 등 ESG 경영 측면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한다. 선발된 우수 공급사에는 계약 관련 보증금 납부를 면제하고 긴급·돌발 구매 건에 대한 우선 협상 기회가 부여된다. 올해는 총 38업체가 PHP 공급사로 선정됐다.

대동중공업은 PHP 제도가 시행된 2005년부터 올해까지 14회에 걸쳐 우수 공급사로 선정됐다. 그 기간 포스코와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성과 공유제(Benefit Sharing) 과제’를 24건 완료했다. 보상으로 164억원 규모의 추가 물량 계약을 따냈다. 해외 진출에도 성공해 인도네시아에 임직원 150명 규모의 ‘크라카타우 대동’을 설립하기도 했다. 공급사 지원이 없었던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현재 수출액은 10배 이상 증가했다. 김철헌 대동중공업 대표는 “PHP 공급사 선정 이후 회사의 생산성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기술 경쟁력도 강화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PHP 공급사 인증서’다. 포스코가 공급사에 세계적 기술을 갖춘 기업이라고 보증하는 제도다. 경북 포항의 철강 중소기업인 동주산업은 이 인증서 덕을 톡톡히 봤다. 동주산업은 주조한 쇳물을 틀에 주입해 필요한 모양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지난 2005년 PHP 공급사 선정 이후 해외 판로 개척에 성공했다.

포스코는 해외 주요 철강사와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맺을 때 동주산업이 공급하는 주요 품목들을 소개했다. 그 결과 강판을 얇게 펼 때 쓰이는 주요 부품인 ‘롤 초크(Roll Chock)’를 터키 국영 제철소인 ‘에르데미르(Erdemir)’에 수출하는 계약을 맺게 됐다. 현재는 세계 최대 제철소인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과 미국의 ‘US스틸(US Steel)’을 비롯해 일본, 오스트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멕시코 등 해외 주요 철강사를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나채홍 동주산업 회장은 “포스코가 공급사를 글로벌 철강사에 우수 공급사로 추천하면 실태 조사나 시제품 테스트 없이 바로 계약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다”며 “기술 지원 프로그램, 선진사 벤치마킹, 중소기업 교육 훈련 제도 등 포스코의 실질적인 상생 협력 활동이 현재의 글로벌 강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PHP 공급사 제도 외에도 ▲성과 공유제(BS 2.0) ▲Smart 역량 강화 ▲1·2차 대금 직불 체계 ▲철강 ESG 상생 펀드 ▲기업 시민 프렌즈 ▲포유드림 잡 매칭 ▲동반 성장 지원단 ▲벤처 지원 등 8대 동반 성장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주태 포스코 구매투자본부장은 “포스코와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인 공급사와 더불어 다양한 협력 기업 덕분에 포스코가 현재의 글로벌 철강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강건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다양한 동반 성장 활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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