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시각장애인도 쇼핑 재미 느끼도록… 옷에 점자를 달다

[인터뷰] 안혜진 헬로말 대표

헬로말은 시각장애인 점자 옷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색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전맹시각장애인을 위해 소매나 라벨 등에 투명 점자 스티커나 자수로 제작한 점자 태그를 부착하는 방식이다. 헬로말의 안혜진(29) 대표는 현재 단국대학교 취창업지원처 초빙교수로 일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경기 용인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에서 안 대표를 만났다.

안혜진 헬로말 대표는 “시각장애인도 만족스러운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옷의 색깔을 점자로 표기한 스티커·태그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헬로말 제공
안혜진 헬로말 대표는 “시각장애인도 만족스러운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옷의 색깔을 점자로 표기한 스티커·태그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헬로말 제공

-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태그를 만들기 시작했는지?

“처음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업은 아니었다. 재고 의류 유통 사업을 기반으로 시작했다. 사업은 꽤 잘됐다. 경기도 중소기업진흥공단, 정부·지자체 등에서 3~4억에 달하는 투자도 받았다. 매출은 월 3000~4000만원이었다. 그렇게 1~2년 진행하다 보니 내 나이가 30~40대가 되었을 때 뿌듯하고 행복한 성취감을 느끼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 사업이 획기적이길 바랐고, 업사이클 의류 사업과 더불어 좋은 사회공헌 사업을 원했다. 사람들이 의류에 대해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그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며 해답을 찾아갔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옷의 촉감이나 디자인이 아닌 색깔인 점을 주목하고 점자로 색깔 정보를 기재하기 시작했다.”

-재고 의류 유통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의류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재고 물품 처리 방안이다. 아버지가 의류업계에서 근무했는데, 재고 의류 처리에 가장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처음 창업을 준비할 때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며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생각했다. 제조된 지 1년이 넘은 옷들도 새 옷같이 깔끔하고 흠이 없다. 도매업자나 공장관계자들은 재고가 쌓이면 보관비를 별도로 지급해야 하기에 의류업계에서는 ‘재고만 없어도 성공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헬로말을 재고를 활용한다는 말인가?

“공장 도소매와 협업해서 단가가 저렴한 재고를 가지고 온다. 여기에 점자 태그나 스티커를 붙여 시각장애인들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도소매업자들은 재고를 돈 받고 처리할 수 있으니 좋고, 새 옷 같은 재고는 필요한 사람이 구매할 수 있게 되니 자원 순환 측면에서도 이로운 셈이다.”

-점자 의류는 어떻게 만드는지?

“래퍼런스를 찾아보기 위해 국내에서는 어떻게 판매하고 있는지 찾아봤지만, 점자 의류를 살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국외에는 점자 의류를 판매하는 곳이 있었는데, 가격이 관세 포함 7~8만원이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다.”

시각장애인들이 의류 색깔을 구분할 수 있도록 점자 태그를 옷 소매에 부착했다. /헬로말 제공
시각장애인들이 의류 색깔을 구분할 수 있도록 점자 태그를 옷 소매에 부착했다. /헬로말 제공

-해외에는 점자 의류가 보편화돼 있다고 들었다.

“해외의 경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태그·스티커가 정장, 양말뿐 아니라 잡화에도 부착된다. 의류를 처음 제작할 때부터 점자가 디자인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위에 덧대는 것보다 훨씬 예쁘고 깔끔하다. 한국은 지금까지 점자 의류에 대한 수요가 없었기 때문에 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 예상한다. 제조한다고 해도 단가가 매우 비싸서 구매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헬로말 점자 의류는 평균 얼마인가?

“티셔츠 기준 평균 2만원대다. 업사이클 의류 사업이기에 옷의 단가는 저렴한 편이다. 점자 의류 종류는 바지, 티셔츠, 원피스, 코트 등 다양하다. 우리가 제작한 점자를 투명 스티커로 부착하거나, 자수로 새기는 방식이다. 스티커를 부착하면 점자가 훼손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세탁기 20번 이상을 돌려도 멀쩡할 정도로 튼튼하다.”

-매장은 어디에 있는지?

“현재 광주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을 방문하면 옷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 원하는 색상에 따라 맞춤형 주문을 받아 제작하기도 한다.”

-앞으로 헬로말의 행보는?

“헬로말은 현재 사회적기업 첫 도약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더 많은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보단 온라인 위주로 의류를 판매할 계획이다. 개인적으로는 취약계층 창업 준비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지금 내가 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일하는 이유기도 하다.”

김이슬 청년기자(청세담 1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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