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소아암 환아에게 미래가 아닌 현재를 선물하다

[인터뷰] 박지영·이건명 슈가스퀘어 공동대표

소아암 환아들은 완치 후 삶에 대한 희망으로 투병기간을 버틴다. 박지영(52)·이건명(40) 슈가스퀘어 공동대표는 환아의 미래만큼이나 당장 직면한 현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비영리단체를 만들었다. 슈가스퀘어는 지난해 비영리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다음세대재단의 인큐베이팅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1일 만난 이건명 슈가스퀘어 공동대표는 “치료지원 뿐만 아니라 환아와 부모님 그리고 사각지대에 있는 형제자매들을 위한 세밀한 맞춤형 상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슈가스퀘어 제공
지난 1일 만난 이건명 슈가스퀘어 공동대표는 “치료지원 뿐만 아니라 환아와 부모님 그리고 사각지대에 있는 형제자매들을 위한 세밀한 맞춤형 상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슈가스퀘어 제공

지난 1일 만난 이건명 공동대표는 “기존 소아암 환아들을 위한 제도는 치료에 집중돼 있어서 환아들의 일상생활과 부모님, 형제자매들을 지원은 사각지대로 남아있다”면서 “이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지원의 사각지대 해소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두 공동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공통점은 음악가 출신이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음대에서 작곡이론을 전공했고, 이 대표는 국악 전공이다. 이건명 대표는 “장기입원이나 통원치료 때문에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병원 내에서 정규 교과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병원학교’라는 게 있다”면서 “지난 2019년 전국 8곳의 병원학교를 돌며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할 당시 소아암 환아들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로 발전시켜 보기로 마음을 모았다”고 말했다.

박지영 공동대표는 암 투병 당사자다.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서울예고에 진학했지만 투병을 하면서 연주자의 길을 접어야 했다. “음대를 가긴 했지만 큰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되는 학과를 선택했어요. 당시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무슨 일을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고민 끝에 법을 선택하고 변호사가 됐지만, 언제나 소아암 환아 지원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죠.”

슈가스퀘어는 환아와 가족 구성원의 필요에 맞춰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환아 가족의 입장에서 필요한 지원을 발굴하고 각 가정의 상황에 맞는 지원 기관과 사업을 연결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부모님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질문형 검색 서비스’를 설계하고 있다”면서 “환아 돌봄 경험 유무에 대한 질문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사항들을 목록화한 것인데 빠르면 9월 중에 런칭할 예정”이라고 했다.

두 대표가 공을 들이는 또 하나의 지점은 소아암 인식개선 운동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인식개선 콘텐츠를 올리고 있어요. 투병 당사자나 돌봄 당사자의 인터뷰, 전문가 인터뷰, 음악 편지 등을 영상으로 담았죠. 영상 콘텐츠 제작이 역량 안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이라면 인큐베이팅 기간에는 외부 기관과 연계해서 활동했어요. ‘킴리아’라는 항암제가 있는데 일명 ‘원샷 치료제’로 불릴 정도로 백혈병에 효과 있는 약입니다. 완치율이 80% 정도 된다고 해요. 문제는 비용입니다. 그래서 백혈병 환자의 킴리아 건강보험 등재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고, 결국 건강보험 적용이 되면서 5억원 가까이 되는 약값이 598만원까지 떨어졌어요. 다양한 캠페인에 협업해 극대화 시키는 일도 중요하다는 경험을 했죠.”

슈가스퀘어의 목표는 돌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소아암 환아들을 돌보는 일은 보통 여성이 맡는다. 이 대표는 “자신의 삶을 내버려둔 채로 자녀에게 올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고 싶다”고 했다.

“병원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할 시기에 공연이 끝난 후 한 어머니께서 울면서 고맙다고 하신 적이 있어요. 평소 문화생활을 즐기시던 분이었지만 아이가 아파진 이후로 취미와 완전히 멀어져야 했죠. 오랜만에 보는 공연에도 눈치를 보면서 즐기고 위로를 받으시는 어머니를 뵙고 우리가 모든 부분을 바꿀 순 없지만 이렇게 작은 활동들이 모이면 돌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지원책 사이 빈 곳을 열심히 찾아 그 자리를 채우는 역할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남궁연 청년기자(청세담1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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