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북부 도시 하이퐁은 한때 한국 결혼중개업자들의 근거지였다. 2000년대 초 하이퐁에서만 한 해 3000명의 여성이 한국인과 결혼해 이주할 정도였다. 문제는 이혼 후 본국으로 돌아온 이주여성과 자녀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가정 폭력이나 문화적 차이로 인해 친정행을 택했지만, 생계곤란에 놓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한국과 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아 본국으로 귀환한 결혼이주여성과 자녀의 자립을 돕기 위해 ‘한-베 함께돌봄센터 2호’를 개관했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26일(현지 시각) 베트남 하이퐁에서 열린 개관식에는 이병훈 현대차그룹 사회문화팀 상무, 김경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회공헌본부장, 박종경 주베트남 대한민국 대사관 총영사, 따오 티 비 프엉 베트남 중앙여성연맹 법률정책 부반장 등이 참여했다.
이번에 개관한 한-베 함께돌봄센터 2호는 전체면적 650㎡의 3층 건물로 양국 가정법률 체계 차이로 인한 피해 사례를 발굴해 무료 상담을 제공하는 ‘가정법률상담소’, 자녀의 정서적 성장을 지원하는 ‘어린이 도서관’ 등을 갖추고 있다. 이 밖에도 센터는 귀환여성의 경제적 자립 역량 향상을 위한 연계 기관 취창업 교육, 귀환여성 실태조사와 연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제결혼 실패 후 베트남으로 귀환한 여성과 자녀는 경제적 빈곤에 처해 자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다문화가정 해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책임을 갖고 한-베 함께돌봄센터를 설립했다”고 했다.
지난 2018년 베트남 남부 껀터에 처음으로 개관한 ‘한-베 함께돌봄센터 1호에는 연간 2만명 이상이 방문해 지역 문화 교류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현대차는 함께돌봄센터 두 곳의 설립과 운영에 28억원을 지원했다.
이번 센터 개관식에 참여한 이병훈 상무는 “센터 개관 이전부터 임시사무소를 설치해 베트남 귀환 여성·자녀를 위한 법률 상담, 어린이 문화 캠프 등을 지원해왔다”면서 “본격적인 돌봄센터 개관을 알린 개관식은 귀환 여성·자녀의 공연으로 축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돌봄센터가 들어선 하이퐁이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적인 관계를 상징하는 곳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