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프가니스탄 재건 사업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아온 현지인 380여 명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26일 입국한다. 이 가운데 어린이도 약 100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분쟁 지역 외국인을 대규모로 국내 이송한 것은 처음이다. 25일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오전 브리핑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해 온 현지인 직원과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 380여 명이 군 수송기를 이용해 내일 중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한국으로 이송되는 아프가니스탄 현지인들은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지방재건팀 등에서 일했다. 이들 대부분은 의료종사자, 전문 기술자, 통역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최근 아프간 정권을 장악한 탈레반은 서방 국가들의 아프간 재건 사업에 참여한 현지 조력자들의 신변을 위협해왔다. 이에 각국 정부는 현지 조력자들을 자국으로 이송하기 위한 작전을 벌이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 정부를 도왔던 현지인들은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에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했다며 도움을 요청해왔다. 최 차관은 “우리와 함께 일한 동료가 처한 심각한 상황에 대한 도의적 책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책임, 인권 선진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 다른 나라들도 유사한 입장에 처한 아프간인들을 대거 국내이송한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했다.
당초 정부는 외국 민간 전세기를 이용해 이들을 한국까지 이송해오려고 했지만, 지난 15일부터 아프가니스탄 현지 상황이 악화하면서 무산됐다. 이에 군 수송기 3대를 투입했다. 수송기는 지난 23일 아프간 인접국인 파키스탄에 도착한 뒤, 이슬라마바드 공항과 아프간 카불 공항을 왕복해 아프간 현지인들을 이송했다.
이번에 국내로 들어오는 아프가니스탄인은 난민이 아니라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입국한다. 이들은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약 6주간 머물 예정이다. 국내 난민옹호단체 모임인 난민인권네트워크는 25일 성명을 통해 “국내 이송 중인 현지 조력자는 난민협약에 의해 보호가 필요한 난민이며, 외교부 당직자의 ‘난민 아니라 특별공로자’라는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정부가 ‘난민을 데려오려 한다’라는 일부의 비판여론만 의식해 특별공로자 자격을 부여하면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같은 처지에 있는 난민과의 차별, 난민들 사이의 또는 국민과의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