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3일(월)

숲 배우러 온 3박4일, 마음도 훌쩍 자랐습니다

|생각의 틀 바꿔주는 특별한 캠프| 유한킴벌리 그린캠프
“여성환경리더 키우자” 여고생 대상 26년째 진행
나뭇잎 만지며 체험하고 저녁엔 학생들이 직접 자기 이야기로 심리극

“어? 익숙한 향인데 이게 뭐더라?” “추어탕 냄새다, 추어탕!” “맞아요. 추어탕 향신료로 많이 쓰이는 산초나무예요. 나무가 이런 특이한 냄새를 내는 건 애벌레나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랍니다.”

김선희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이 각기 다른 나뭇잎을 설명할 때마다 아이들은 손으로 만져보고 냄새를 맡으며 연신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양평 국립산음자연휴양림에서 진행된 유한킴벌리의 ‘2013 그린캠프’의 필드 스터디 현장이다. 한 회에 80명씩, 두 회에 걸쳐 열린 캠프에 전국 각지에서 160여명의 여고생이 모였다.

미상_사진_사회공헌_유한킴벌리그린캠프1_2013

유한킴벌리가 여고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그린캠프’는 올해로 26년을 맞았다. ‘여성환경리더’를 양성하자는 취지로 1988년부터 시작된 캠프가 지금까지 이어진 것. 누적 참가자 수만 3934명이다. 26년 동안 캠프가 이어지다 보니 참가자 세대도 순환하고 있다. 이전 참가자들의 딸이 참가하고, 참가자가 대학생이 되어 자원봉사자로 돌아온다. 대학생 자원봉사자 정겨운(22·한양대 생명나노공학과 4)양은 “원래 식물이나 자연에 관심이 많았는데 2007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참가한 ‘그린캠프’가 진로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린캠프’의 핵심은 직접 오감으로 숲을 체험하는 것. 자꾸 만져야 친해지고, 친해지면 알게 되고,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취지다. 태국에서 온 윤해니(17·International School Bankok〈태국 국제고〉 3)양은 “첫날 도착해서 안대를 쓰고 맨발로 숲길을 걸으며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는 시간을 가졌는데,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걷다 보니 자연이 그대로 내 몸에 들어오는 느낌이어서 벅찼다”고 소감을 전했다.

미상_사진_사회공헌_유한킴벌리그린캠프2_2013

‘그린캠프’에선 올해부터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여성환경리더’를 양성하겠다는 것. 첫날 저녁, 유엔 산하 국제비영리기관협회인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의 줄리아 디겔 간사는 ‘환경, 지속가능성, 여성리더십’의 주제로 강연을 전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어떻게 하면 UN에 들어갈 수 있느냐’,’환경관련 UN기구는 어떤 일을 하느냐’ 등과 같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캠프 이튿날인 7월 31일 저녁, 전나무로 둘러싸인 숲 속 공터에 어둠이 깔리자, 김영한 심리극 전문가의 진행에 따라 ‘숲 속 심리극’이 진행됐다.

“아빠, 나 진짜 뮤지컬 하고 싶어. 무대에 섰을 때 그 어느 때보다 제일 행복해. 아빠가 나를 믿어주고 힘내라며 안아주면 좋겠는데….”

감정이 북받친 듯, 이하영(가명)양이 얼굴을 가리고 어깨를 들썩였다. 지켜보던 아이들이 하나 둘 따라 눈물을 흘렸다. 심리극은 자원해서 나선 아이들의 이야기로 꾸며졌다. 원예솔(16·용인성지고2)양은 “사실은 마음속에 다들 비슷한 아픔이 있는데 일상에서는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친구들끼리도 성적을 비교당하며 지낸다는 게 안타깝다”고 전했다.

김혜숙 지속가능경영본부 상무는 “‘여고생은 마냥 밝고 천진난만하다’가 아니라 아이들이 내면에 가진 고민과 상처를 치유할 자리가 필요할 것 같아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추가했다”며 “숲의 특성상 아이들이 쉽게 자신을 드러내고 위안받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은정(16·대진여고 1)양은 “일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위로를 많이 받았고, 숲을 배우러 와서는 오히려 나에 대해 진지하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양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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