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3일(월)

“난민촌 아이들의 배고픔, 온몸으로 느꼈어요”

|생각의 틀 바꿔주는 특별한 캠프| 월드비전 무인도 기아체험
흙바닥에 직접 텐트 치고 숨은 식량 찾아 헤매면서 아프리카 아이들 삶 체험
“맛없다고 밥 남기던 일, 진심으로 후회했어요 “

“오늘부터 여러분은 2박 3일간 아프리카의 긴급 구호 상황을 체험합니다. 직접 만든 난민촌 텐트에서 잠을 자고, 물과 음식도 아주 조금만 제공됩니다.”

전수림 월드비전 대외협력팀 간사의 말이 끝나자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집에서 가져온 과자를 먹어도 돼요?” “머리를 이틀 동안 감지 못하면 냄새가 날 텐데…” 지난 7월 24일, 30여 명이 경기도 안산의 작은 섬 육도를 방문했다. 이들은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에서 개최한 ‘무인도 기아체험’에 참가한 중고등학생. 최성호 월드비전 대외협력팀 팀장은 “기아체험 프로그램을 후원하는 청소년들이 방학에 특별한 나눔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월드비전 제공
월드비전 제공

일정 설명이 끝난 후 학생들은 조를 편성해 섬 중앙의 언덕으로 이동했다. 장맛비로 생긴 물구덩이가 길을 따라 이어졌다. 잠깐 걸었을 뿐인데 어느새 하얀 신발이 흙투성이로 변했다. “여기에서 살 수 있는 거야?” 걱정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10분 정도 걷자 작은 공터가 나타났다. 이곳이 바로 3일간 머물 공간. 학생들은 직접 나무 합판과 작은 삽, 노끈을 가지고 손수 텐트를 쳤다. “섬에 오기 전까지는 여름캠프에 놀러 가는 기분”이었다고 밝힌 박진홍(16)군은 “빵을 한 개만 먹고 흙바닥에 텐트를 치면서 그런 생각은 싹 가셨다”고 말했다.

저녁식사 시간. 참가자 중 일부는 파이어스틸을 이용해 화로에 불을 붙였다. 그사이 다른 참가자들은 감자와 물을 구하러 떠났다. 감자는 선착장으로 가는 길목 곳곳에 숨겨져 있다. 식량이 부족한 아프리카의 실상을 체험하기 위한 장치다. 조별로 지급되는 물은 하루 20ℓ. 이 물로 6~7인이 하루를 보내야 한다. 한 시간이 지나자 숯과 장작에 불이 붙고, 감자와 물을 구한 참가자들도 난민촌으로 돌아왔다. 빈손으로 돌아와 어려움을 겪은 조도 있었다. “우리 조는 감자를 찾지 못해 다른 조에서 감자 몇 개를 빌려왔어요.” 이유경(17)양은 “식량이 없으면 굶어 죽는다는 느낌을 알게 됐다”고 했다.

미상_사진_청소년_무인도기아체험_2013

이날 밤 1시, 아이들은 조별로 랜턴 2개만을 들고 산을 넘어 다시 난민촌으로 돌아오는 1시간 코스의 ‘소년병 체험’을 했다. 깜깜한 밤에 구불구불한 산길을 걷는 아이들은 마치 소년병처럼 말이 없었다.

이튿날에는 세계 빈곤층이 겪는 어려움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질문을 던졌다. “드럼통에 담겨 있는 흙탕물을 마실 수 있을까요?” “못 마실 것 같아요”라는 대답이 나온다.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흙탕물을 정화하는 휴대용 정수기인 라이프 스트로(Life-Straw)다. “라이프 스트로를 사용하면 흙탕물을 깨끗한 물로 정화해 마실 수 있어요. 사용해보고 싶은 사람?” 참가자들이 너도나도 손을 든다. 대학생 자원봉사자 임성철(20)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참가자들이 빈곤층의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능을 앞두고 캠프에 참가한 박정웅(18)군은 “맛없는 음식이 나오면 남기거나 버리면서 매점에 갔는데, 크게 잘못됐다고 느꼈다”며 “아프리카 아동의 삶을 널리 알려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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