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여성의 일상 속 ‘검열’을 수면 위로··· WNC, ‘WOMAN’ 전시회 개최

WOMAN 전시회 전경./WNC 제공

“일상에서 여성이 스스로를 검열할 때가 참 많아요. 허벅지살, 목주름 등 신체에 대한 강박부터 작은 표현 하나까지. 여자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스스로 강요하는 것들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뷰티 유튜버 ‘에바(EVA)’로도 알려진 김혜원 WNC 대표가 말했다. 여성 인권 이슈를 다루는 비영리단체 WNC는 최근 ‘검열’이라는 주제로 전시회 ‘WOMAN’을 열었다. 전시회 타이틀인 ‘WOMAN’은 ‘We’re Obtaining Major Answers Now(우리는 현재 중요한 답을 얻는 중이다)’를 줄인 말이다. 누구나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지만, SNS에 게시물 하나 올리는데도 여러 단계의 자기 검열 과정을 거치는 시대.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처럼 보이는 디지털 시대에 여성들은 어떤 검열을 당하고 있을까.

전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전 예약제로 운영됐다. 지난 21일 전시회장을 찾았을 때는 관람 인원 제한에도 꾸준히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관객참여형으로 꾸려졌다. 여성 인터뷰이 8명이 일상에서 겪은 ‘검열’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풀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일러스트, 회화,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 작가 8명이 작품으로 풀어냈다. 여기에 작품을 만든 8명의 작가를 인터뷰해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지난 3개월간 함께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나눴다. 김혜원 WNC 대표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게 목표였지만, 작품을 준비하는 작가나 인터뷰이들도 지난 3개월 동안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고 했다.

전시회장 한쪽에는 사진 수집 장이 질서없이 벽에 걸려 있다. 곽예인 사진작가와 인터뷰이가 각자 찍은 사진으로 구성한 작품 ‘비늘’이다. “곽예인 작가가 인터뷰이에게 총 80장을 찍을 수 있는 필름카메라를 주고 마음껏 찍어오라고 했대요. 그런데 15장밖에 안 찍은 거예요. 전시에 걸린다고 하니 정제된 모습만을 보여야 한다고 스스로를 검열하고 있었던 거죠. 남은 필름에 본인의 솔직한 모습으로 채우려고 애썼던 인터뷰이가 기억에 남습니다.”

자신을 표현하려면 자기 검열을 이겨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연기 전공인 한 인터뷰이는 입시를 준비하던 고등학생 때부터 날씬하고 예쁘고 남자들이 좋아하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왔다. 이른바 여배우로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에 맞춰 살아왔다. 그의 경험은 장효원 작곡가의 손에서 노래 ‘STAR’로 탄생했다. 김혜원 대표는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작품을 만들었지만 그 경험은 결국 나의 것이기도 했다’는 말을 공통으로 했다”라며 “관객들도 작품을 통해 본인의 경험을 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WOMAN 포스터./WNC 제공

WNC는 매년 여성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WOMAN’은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 전시회다. 이번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라온에서 진행된다. WNC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강태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kite@chosun.com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