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주요 기관 투자사들이 삼성물산에 베트남 신규 석탄화력발전 사업의 참여 의사를 철회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3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영국 최대 기업연금 운용사인 리걸앤드제너럴 그룹, 노르웨이 연금사인 KLP, 핀란드의 금융사인 노르디아 은행 등은 삼성물산에 “심각한 기후 위기를 일으켜 기업 평판에도 크게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 사업 참여 의사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미리암 오미 리걸앤드제네럴 지속가능투자 책임자는 “삼성물산 측에 이번 베트남 사업은 물론 아시아 지역의 신규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관여하지 말라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이 문제를 계속 주시하며 삼성의 대응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문제삼은 붕앙2호기는 베트남 하띤성 붕앙 공업지대에 건설 예정인 1200메가와트(MW)급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로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한국전력 주도로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이 설계, 조달, 시공 사업자로 참여할 것을 검토 중이다. 해당 사업은 지난 2007년부터 추진돼 왔으나 환경오염 논란과 석탄화력 발전의 수익성 악화로 13년 가까이 지연돼 왔다. 영국과 싱가포르 기업들이 사업에 참여했다가 모두 투자를 철회했다. 지지부진하던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된 건 지난 7월 한전이 중화전력공사(CLP)가 가지고 있는 2200억원 규모 사업 지분을 매수하면서다. 이후 삼성물산 등 국내 기업들이 사업에 참여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외 환경단체는 물론 삼성물산과 한전 지분을 가진 금융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사업 철회를 요구한 기관 투자사들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이 많지는 않지만, 세계 주요 투자사가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은 큰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리걸앤드제너럴 그룹은 삼성물산 지분을 0.02% 갖고 있으며, KLP와 노르디아은행은 합쳐서 0.01% 소유하고 있다. 이어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이 지난 7월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석탄화력 발전소 투자를 진행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 흐름에 역행하는 투자 행태를 보이고 있어 블랙록을 포함한 세계 주요 투자사들이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