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친환경 패션업계에서 ‘wash-less 의류’가 주목받고 있다. wash-less는 말 그대로 ‘덜 빨아도 된다’는 뜻. 옷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과 전기의 소모를 줄이고, 옷의 수명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업체들이 wash-less 의류를 내놓으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땀 냄새’다. 별로 더럽지 않은 옷도 냄새 때문에 한두 번 입고 빠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유명 가수 퍼렐 윌리엄스, 저스틴 비버가 입어 화제가 된 패션 브랜드 판가이아(Pangaia)는 옷을 빨지 않았을 때 날 수 있는 냄새를 잡기 위해 ‘박하 잎’을 활용했다. 유기농 면과 해초 섬유질을 섞어 만든 특수 원단 위에 박하 잎에서 추출한 기름을 코팅하는 방식이다. 박하 자체에 항균 효과가 있고, 특유의 청량한 향이 있어서 탈취 효과가 크다는 게 판가이아 측의 설명이다.
‘속옷’에 wash-less를 적용한 경우도 등장했다. 덴마크의 속옷 전문 브랜드 오가닉베이직스(Organic Basics)는 은(銀)을 유기농 면과 재활용 나일론 등의 섬유에 덧입힌 ‘실버테크’ 시리즈를 출시했다. 은의 항균 효과로 피부 표면의 박테리아를 없애는 게 기술의 핵심. 땀 자체엔 냄새가 없지만 박테리아와 만나 단백질·지방산 등으로 분해되는 과정에서 땀 냄새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가닉베이직스는 “기술적으로는 제품을 빨지 않고서 일주일까지 쾌적하게 착용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속옷이라는 점을 고려해 길어도 3일이 적절하다”는 평이 많았다.
미국의 울앤프린스(Wool&Prince)와 언바운드메리노(Unbound Merino) 는 ‘양털’에서 해법을 찾았다. 양털을 가공해 만든 울(wool)은 땀을 흡수해 공기 중으로 빠르게 배출시켜 냄새를 줄인다는 것이다. 이 업체들은 울을 머리카락 굵기의 20% 수준으로 얇게 가공해 여름용 반소매 티셔츠부터 속옷까지 다양한 의류를 제작하고 있다. 소비자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일주일 출장을 셔츠 한 벌로 무리 없이 버텼다” “3주 여행 내내 입은 티셔츠에서 냄새가 나지 않아 놀랐다”는 반응도 있었다.
문제는 ‘가격’이다. 양말 한 켤레에 20달러(약 2만3000원), 남성용 사각팬티 한 장에 42달러(약 4만9000원), 무늬 없는 반소매 티셔츠 하나가 85달러(약 10만1000원)에 달한다. 판가이아의 SNS 계정에 댓글을 남긴 한 소비자는 “자연을 생각해 만든 제품이라지만, 가격은 초자연적(supernatural)이다”라며 꼬집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착한 물건’은 값이 비싸다는 인식이 생길까 봐 우려된다”면서도 “이런 브랜드들이 성장해 언젠가는 많은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제품을 내놓길 바란다”고 댓글을 달았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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