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여가생활로 TV를 시청하는 장애인의 비율입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조사한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경우 영화감상 및 스포츠 활동 같은 일반적인 여가활동 참여 비율은 10% 미만이라고 합니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놀이’라는 권리를 장애인들은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적·자폐성 장애인으로 구성된 ‘땡큐락(樂)밴드’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평소에 음악을 좋아하던 장애인들에게 음악으로 같이 놀 수 있는 밴드를 제안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음악을 좋아하는지도 몰랐던 친구들은 밴드를 하며 숨겨진 끼들을 발산할 수 있었습니다.
◇순탄치 않았던 연습과정
연습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집중하는 시간이 짧고 산만한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여러명이 함께 연주하는 합주는 꾸준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코드를 하나씩 익히는 것, 여러 개의 코드를 긴 호흡인 연주로 이어나가는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발달장애인은 하나의 개념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입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땡큐락밴드’가 해체의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멤버들이 취업을 하면서 탈퇴하거나, 담당 선생님이 일자리를 옮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남아 있는 멤버들의 밴드를 향한 열망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중 장애인 밴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밴드는 2012년 다시 모이게 되었습니다.
네티즌들이 해피빈을 통해 1년간 모아 주신 600여만원도 큰 힘이 됐습니다. 낡아서 소리가 나지 않았던 건반을 전자 건반으로, 손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아 사용이 어려웠던 드럼을 전자드럼으로 교체했습니다. 장애인을 가르칠 수 있는 전문 강사님도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외부 공연활동을 위해 스피커와 무선마이크도 구입했습니다. 참 감사합니다.
처음엔 오합지졸이었던 연주는 일취월장했습니다. 꾸준한 연습을 통해, 이제는 주위 친구들의 연주에 맞춰가며 연주할 수 있게 되었고, 강사님의 전문 지도를 받으며 실력도 늘었습니다. 처음에는 참가신청을 해서 외부공연을 나갔다면, 요즘에는 먼저 연주 초청이 오기도 합니다. 경남 장애인축구 리그전 개막식, 군포 사람사랑 락페스티벌에서부터 ‘땡큐락밴드’만의 정기공연까지. 요즘 멤버들은 어느 때보다 즐겁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한 발 짝 나올 수 있기를
“장애인 분들은 특수학교를 졸업하면 두 가지 길로 나뉘어져요. 집에 있거나, 복지관에 오거나. 이런 분들이 지역사회에 참여한다는 것, 음악 하러 복지관에 올 수 있다는 게 좋은 거죠.”
집안에만, 일터에만, 복지관에만 있던 장애인들은 땡큐락밴드로 인해서 세상으로 한 발짝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멤버와, 가족과, 지역주민들과 소통해보려고 합니다. 땡큐락밴드가 음악으로 받은 사랑을 보답할 수 있도록, 2018년에도 밴드의 활동을 계속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