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인도 전역이 들썩였습니다. 인도 사상 두 번째로 최하층 ‘불가촉천민’ 출신인 대통령이 탄생한 거지요. 최하층 카스트인 ‘하리잔’ 출신인 람 나트 코빈드 대통령은 “하루하루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는 모든 국민을 대표하겠다”며 카스트제도 혁파에 의지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카스트제도는 법적으로만 금지됐을 뿐 여전히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있어요. 대부분의 주(州)에서 카스트 증명서를 발급하거나 아예 주정부 신분증에 카스트를 기입하는 경우도 있는 등 헌법조항은 잘 지켜지지 않죠.
◇불가촉 천민의 땅 ‘찬드라반’
아직 인도에는 1억명의 카스트 최하위층이 차별과 가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이들은 계급에 따라 정해진 직업만 가질 수 있으며 교육, 주거, 문화 등 많은 부분에서 제한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인도의 찬드라반 마을 주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도 중부 도시 오르차(Orchha)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이 마을에는 불가촉천민들이 모여 살고 있어요. 이 마을은 경제, 사회적으로 매우 낙후되어 생필품을 파는 가게, 병원, 학교 등 필수 시설이 전무하답니다. 또 타 지역의 차별 때문에 주민이 마을 밖을 나서기도 어렵다고 해요.
그러나 찬드라반의 주민의 최대 고민은 바로 ‘아이들’입니다. 부모의 직업을 물려받기 때문에 아이들은 교육의 기회를 전혀 가질 수 없어요. 부모의 부재로 길거리를 떠도는 아이들도 많았죠. ‘우리 아이, 마을 아이들이 안전하고 잘 자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주민들은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쓰레기장 청소, 빨래터 일꾼 등 부모님의 업을 그대로 이어 받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학교과 공부는 사치일 뿐이에요. 심지어 교육은 커녕 방치된 채 자라는 아이들도 많아요. 위험한 일을 많이 하는 불가촉천민들은 일을 하다가 목숨을 잃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죠.”(유지향 아시안프렌즈 간사)
◇꿈을 가진 적 없는 아이들… 도움의 손길과 마주하다
‘꿈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아이들’
아시아의 어려운 지역을 돕는 사단법인 아시안프렌즈와 함께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매년 찬드라반 마을로 교육봉사를 떠난 김설주(27)씨는, 찬드라반 아이들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아이들에게 꿈을 열심히 설명했지만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어떻게 직업을 갖는지 왜 학교가 필요한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우면서도 ‘내가 인도를 떠나기 전에 꼭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가리라’라는 각오를 하게 됐어요.”
설주씨는 지난 2014년 서울여대 재학생 시절, GSL(Global Service-Learning)이라는 서울여대 기독교학과 내 봉사 프로그램에서 찬드라반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아시안프렌즈와 연계해 진행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봉사에 의욕이 생긴 설주씨는 이후 예그리나라는 봉사 동아리를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매년 예그리나는 GSL과 인도 찬드라반 지역을 비롯한 아시안프렌즈 해외 사업지역에서 봉사를 펼쳤죠. 설립 당시 2명으로 시작해 이제는 10명의 회원이 있는 예그리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3주간 이어진 봉사에 GSL 참가자들은 물론 예그리나 회원들도 함께했습니다.
6명의 봉사자들은 찬드라반 지역 아동 약 50명에게 생필품과 학용품을 전달하고 인도 문화와 위생, 영어 알파벳 등 다양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특별히 올해는 아동 교육 외에도 마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위생 및 성교육 프로그램도 열렸는데요. 낡고 더러운 천이나 나뭇잎으로 생리대를 만들어 쓰는 여성들에게 질 좋은 천생리대를 보급하고 깨끗한 천과 실 등 생리대 제작에 필요한 물품들을 가져와 생리대 제작법도 알려주었습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으로 아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시안프렌즈는 지난해 찬드라반 교육 봉사에 앞서 해피빈 모금함을 열어 생필품과 학용품, 응급약키트, 성교육 만화책과 면생리대 제작 비용 등을 마련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네티즌 여러분의 열띤 성원에 힘입어 후원금 목표 100%를 달성한 100만9400원이 모아져 무사히 봉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에 감사합니다.
교육 봉사 이후 찬드라반에는 작은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재혼으로 이웃집 아주머니 손에 맡겨진 로슨과 라즌 자매는 이제 글자를 배워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매년 찾아오는 ‘한국 선생님’을 기다리며 그동안 공부한 것을 차곡차곡 적어놓기도 합니다. 아버지를 따라 인력거꾼이 되려고 했던 마이(가명)는 선생님이 꿈입니다. 자신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처럼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합니다.
마을 여성들은 깨끗한 생리대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더러운 천과 나뭇잎을 생리대 대신 사용하던 여성들은 깨끗한 천으로 만든 생리대를 빨아 쓰면서 질병 감염의 위험을 덜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도움의 손길이 많이 필요합니다. 이남숙 아시안프렌즈 이사장은 “인도는 공적개발원조 (ODA)를 받지 않는 나라라서 봉사를 갈 때마다 관광비자로 들어가는데 지원 의약품을 가지고 갈 때마다 세관에서 상당 부분 뺏긴다”면서 “해외 활동가를 아예 현지로 장기 파견하고 싶지만 비용 부담이 커 고민만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봉사자에 대한 지원금도 부족해 봉사자들은 비행기표와 숙소 등 모든 부대 비용을 자비로 감당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봉사자 모집과 실행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아시아에는 찬드라반처럼 도움이 필요한 곳들이 많습니다. 세계 각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다 많은 도움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분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아래 ‘응원하기’를 눌러 아시안프렌즈와 봉사자들의 따뜻한 동행에 힘을 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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