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웅 에코엔파트너스 대표 인터뷰 <下>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이제는 체계적, 전문적으로 해야
-사회책임투자가 확대되면 기업 인게이지먼트(engagement·개입) 등 기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최근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 정부의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이어지면서 투자자의 인게이지먼트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어떤 투자 대상에 불만이 있으면 기업과 별도의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고 투자를 바로 포기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 정책 방향에 의해 그리고 위탁운용사들이 자금을 맡긴 자산 오너들의 압력에 의해 투자 기업 경영 전반에 직접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경영진의 부정부패, 거버넌스 문제, 환경 오염 등 ESG 관련 리스크가 있는 기업들에게는 리스크를 관리하고 개선하라는 개입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기업 지속가능경영 글로벌 트렌드& 문재인 정부 CSR 향방은?
임대웅 에코앤파트너스 대표는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의 상관관계를 극명히 보여주는 케이스로 알리안츠자산운용을 뽑았다. 과거 국민연금의 최대 사회책임투자 운용사였던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 자산운용 (前 알리안츠자산운용)은 적극적 기업 인게이지먼트로 수익률을 크게 높였다. 과거 알리안츠는 오래되고 부동산이 많은 회사에게 국제 회계 기준대로 자산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과 쌓아둔 자산을 공장 추가 건립 등 성장 동력에 사용할 것을 경영진에게 요구하면서 투자 회사의 수익률을 상승시켰다. 이에 국민연금은 500억이었던 알리안츠 위탁운용 자금 규모를 조 단위로 확대했다.
-기업 인게이지먼트, 리스크 관리로 수익성을 키울 수 있다고도 했는데.
“ESG 평가를 통한 리스크 관리가 수익성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사회책임투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1980년대 이후 기업지배구조가 좋고 대리인 문제가 적은 등, 사회적 책임의 이행이 기업 가치에 긍정적이라는 다수의 연구 결과가 제시돼 오고 있다. ESG 평가는 꾸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적어도 돈을 잃지 않게 해주고 어떤 비즈니스를 해야 수익율을 높일 수 있을지를 안내해준다. 정부는 사람들이 많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자금을 많이 쓰게 되고, 정부의 돈이 있는 곳에 기업이 몰리며, 자금 흐름이 추적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세웠고 곧이어 석탄발전소 가동 및 추가 건립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 예다.
글로벨 트렌드 또한 ESG 평가를 통한 투자와 지속가능경영을 요구하고 있다. 소니와 폭스바겐 사건은 이를 극명히 보여주는 선례다. 과거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을 유럽으로 수출하다 통관이 금지됐다. 이유는 기준치 이상의 납과 카드뮴 수치. 소니는 EU에 “우리는 기준치를 어기지 않았다”며 항의했지만 조사 결과 소니의 하청업체가 납품하는 부품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유럽 내 소니의 이미지는 급격히 추락하고 말았다. 폭스바겐 또한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사건으로 시가총액 30%가 급감했다. 2013년 방글라데시 대형 봉제 공단인 라나플라자 붕괴사건 이후 투자자들이 갭, H&M, 자라 등 방글라데시에 소싱을 준 패션 회사들에 대해 노동 환경을 평가하기도 했다. 기준치 미달 기업들에게는 투자를 취소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국내 기업도 이 적극적 기업 인게이지먼트에서 예외일 수 없다. 애플이 협력업체들에게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것처럼 지속가능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거래사가 요구한다면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한 외국 거대 기관투자자가 한국의 조선업체에 ‘협력사 직원들이 왜 자살하는지’를 직접적으로 물었고, 세계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정부연기금(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GPFG)이 지난해 한국전력공사 등 석탄 관련 10개 기업을 투자 철회 대상으로 지정했다.”
-사회책임투자, ESG 평가… 이제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기업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사회공헌(CSR) 거버넌스의 대변혁이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공헌의 실행과 홍보만 하던 CSR 조직이 ESG 평가와 기업 인게이지먼트, 기업 리스크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총제적 역량과 규모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사회 및 경영진과의 커뮤니케이션도 긴밀해질 필요도 있다. 기업 리스크 관리는 이사회와 기업 수뇌부와 소통이 빠르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 지속가능경영 ‘질적 성장’하려면?
CSR 조직은 ‘Corporation Social Risk management’와 같은 사회공헌을 넘어 지속가능 경영을 나타내는 새로운 목걸이가 필요하다. 조직을 사장 직속으로 두고 규모를 키우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의 대변혁을 꾀해야 한다. 이미 CSR 거버넌스 변화 필요성을 느끼고 조직 개혁을 한 사례도 나타났다. 얼마 전 LG화학은 ‘케미칼 스튜어드십 팀’을 만들었다. 글로벌 및 정부의 화학물질정책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한다.
기업의 비재무 정보 의무 공시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상장기업이 사업보고서에 사회책임 활동을 공시하게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그러나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기업의 사회책임 활동과 관련한 공시 확대를 강조함에 따라 국회의 법 개정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