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아빠’ 박시룡 前교원대 교수 인터뷰
지난 20년간 황새 보전 ‘외길’ 인생을 살아온 전문가가 있다. 올해 초 교단을 떠난 박시룡(65·사진) 전 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는 1996년 황새생태연구원의 전신인 황새복원센터를 설립한 인물. ‘황새 아빠’로 불리는 박 전 교수에게 LG상록재단의 ‘황새 인공 둥지 지원 사업’의 의미를 물었다.
“황새가 성장하면 야생 복귀를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엔 황새가 둥지를 틀 만한 나무가 없다. 수령이 200~300년 된 나무를 당장 찾을 수 없지 않나. 대기업에 우리나라 황새 사업 설명서를 만들어 보냈다. 흔쾌히 LG상록재단에서 인공 둥지를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인공 둥지 한 개를 설치하는 데 1000만원이 든다. 주변에 단계적 방사장도 함께 지어야 하는데, 한 지역에 소요되는 예산이 5000만원 이상이다. 게다가 최근 방사한 황새들이 전신주 감전 사고로 3마리나 죽었다. 황새들이 안전하게 쉬고 성장할 인공 둥지가 필요한 이유다.”
―조류 보호가 환경보호의 지표인 이유가 궁금하다.
“새는 생태계 지표종이다. 다양한 조류상은 우리 생태계가 완전하다는 증표다. 현재 우리나라 생태계는 유럽에 비해 매우 후진국이다. 농약 과다 사용으로 벌레가 사라지고, 벌레를 주식으로 하는 새들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빈약한 생태계는 결국 사람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농산물에 잔류한 농약은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미 젊은 부부 7~8쌍 중에서 1쌍꼴로 임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
―왜 우리가 황새 복원 및 생물 다양성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황새는 한반도 생태계를 리셋(reset)시킬 수 있는 핵심종이다. 우리는 이 땅에서 잠시 살다 떠나지만, 후손들은 온전한 생태계를 누리며 살아가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꿈꾸는 좋은 세상은 황새가 날아다니는 풍경이다.”